인터넷시대의 방송, 존재의 가벼움


   
 
  ▲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방송은 라디오시대 때나 TV시대 때나 매스미디어로서의 대중조작의 위험성으로 인해 항상 우려와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소수의 정보공급자에 의해 대다수 대중이 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구조와 행태는 소위 게이터키퍼인 방송에 의해 여론이나 대중문화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만큼 까다로운 규제나 가치척도가 방송부문에 적용되어 왔다.

2007년 상황은 어떠한가? 이번에 아프칸 인질사태와 학력파동을 다루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전자의 경우, 초기의 정부의 어설픈 대응만큼이나 방송의 대응도 어설펐다. 안방에 앉아 외신에 의존한 졸속보도를 하면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이는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방송이 해당 사안과 관련한 대응 아젠다를 제대로 세우고, 접근하였다면, 정부의 초기 대응에 제대로 가이드를 해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보조도 맞췄지만, 이런 사건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성의 여지가 많다.

허위학력 파동과 관련해서도 방송은 여느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가벼웠다. 허위학력사건이 터지자 이에 대해서 뉴스 경쟁을 하는 방송과 인쇄매체, 그리고 인터넷 매체. ‘아무개도 그렇다더라,’ ‘누구도 그렇다.’ 더 까발리기에 경쟁을 하는 듯한 양상이었다. 심지어 어느 경우는 당사자의 충분한 설명이 있었으나 인터뷰 내용을 편집하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하였고, 학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훌륭한 인물로 칭송된 한 예술인을 허위학력의 소유자로 오보를 내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나갈 수 있는 우리의 미디어 환경이다. 정보를 선별하는 가치기준이나 정보를 검증하는 절차가 상실된 채 속도 경쟁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기증을 나게 한다. 다른 매체도 문제지만, 방송에 대해서는 기대만큼이나 실망이 크다. 한마디로 정체감이 없이 너무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사실 방송은 속보성이 그 특징중 하나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정성이나 정확성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정보를 다룸에 있어서 공익성을 근간으로 하는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방송이 이처럼 가벼워지는 것은 방송 그 자체나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크나큰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엄청난 속도와 양의 인터넷환경이 일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급속히 보편화되어 버린 인터넷의 환경속에서 유통되는 너무도 다양한 질(質)의 정보들이(경우에 따라서는 정보 아닌 정보까지) 순간적으로 주목받고, 확산되어,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정보와 지식으로 사이버공간에 쌓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뉴스와 정보를 접한다. 이런 상황속에서 기존의 영향을 유지하고자 하는 매체들도 인터넷으로 달려간다. 문제는 이 와중에 몰가치적 미디어행태를 보일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자각이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디지털 융합시대에도 방송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정확성, 공익성에 대한 것은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정확해야 하고, 보다 가치중심적이어야 한다. 정보가 넘쳐나고 과연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사실인지도 오히려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가이드가 되어줄 의무가 방송에게는 여전히 요구된다. 기존의 제한된 정보의 문지기가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의 조력자로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미디어환경이 급속히 변하다보니 자신의 이해문제도 수없이 많이 다뤄야 하는 것이 방송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높은 가치 지향성과 공익성을 의심받지 아니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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