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보도는 한류에 독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반론]


   
 
  ▲ 정철웅 KBS 글로벌전략팀 기자  
 
KBS의 중국 진출에 대한 동아일보의 8월 31일자 기사는 무책임한 보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동아일보는 “중국 CCTV9가 국내 케이블TV 2곳 중 1곳 편성되는 반면 KBS 프로그램은 중국 일부 호텔에서만 방영된다”며 ‘불평등 계약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는 부실한 취재에 근거했을 뿐 아니라 데이터를 교묘히 제시해 독자들이 왜곡된 인식을 갖도록 유도했다.

한국과 중국의 잠재적 시장가치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KBS와 CCTV의 계약이 불평등하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에 득이 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KBS가 케이블사업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준다. 케이블 같은 다채널 시장에서는 KBS도 ‘을’이다. 있지도 않은 ‘우월적 지위’를 어떻게 ‘남용’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논란’이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는 것은 그 신문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흔해빠진 거래행위를 ‘문화주권 침해’라는 식으로 침소봉대하니 마치 모든 한국인들이 동아일보처럼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된다. 영국의 최대 위성방송은 미국인의 소유이고 룩셈부르크의 회사는 유럽 10여 개국에서 지상파 방송을 하고 있다. 이들의 눈에는 이런 현상이 제국주의 시대의 침략행위 정도로 보이는 것은 아닐는지? 중화권을 대표하는 영어채널인 CCTV9을 ‘중국 사회주의를 홍보하는’ 채널로 매도한다. 이미 CNN 등 외국계 채널이 천 만 가구 이상의 케이블 가입자에게 방송되는 마당에 일부 케이블 사업자가 채널의 가치를 판단해 CCTV9을 편성한 것을 두고 ‘안방극장을 내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중국을 자극해서 얻는 것은 반한감정 뿐이다. 반한류, 혐한류는 이런 반한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은 한류 확산의 필수 조건이다. 또한 외국 규제기관이나 현지 파트너와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이 방송프로그램을 수출만 하고 수입은 하지 않는다는 불만은 동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지겹도록 듣고 있다. 갖은 유무형의 규제로 한류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일부러 상대국의 프로그램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렇듯 방송사는 적지 않은 애로를 극복해가며 한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 진출은 지금까지의 노력의 결실이자 양국이 모두 축하해야 할 경사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무책임한 기사를 통해 신문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모르겠으나, 분명 한류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중해주길 바란다. 정철웅 KBS 글로벌전략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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