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의 유력지들이 그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유료 서비스를 하나둘 무료로 전환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미 CNN,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자사 웹 사이트의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바꾼데 이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도 그 대열에 동승했거나 전향적으로 추진 중이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각각 타임스실렉트(TimesSelect)와 유료 뉴스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여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유료화 종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간판 유료 서비스인 '타임스 실렉트(TimesSelect)'의 무료 전환은 웹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언론사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무료 전환에 대해 이용자들이 검색엔진이나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접속하는 경우가 급증했으며 유료 결제창에 막혀 다른 가능성(온라인 광고시장)을 잃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매달 1,300만명이 방문하는 뉴욕타임스 웹 사이트는 지난 2년간의 유료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유료독자 22만7,000명을 확보했으며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바 있다.
유료 온라인 독자 100만명을 확보한 월스트리트저널도 뉴욕타임스의 무료 전환 조치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미 월스트리트저널의 새로운 주인 루퍼트 머독은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무료 전환 방침을 밝혀 왔다.
국내 언론사들도 이 같은 미국 유력 신문사들의 유료 뉴스 서비스의 무료전환에 대해 일제히 “뉴스 서비스의 유료화가 끝났다”며 국내 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성공적 유료모델이 없고 소비자들의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국내 시장에서 해외 유력지들의 무료 전환은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털에 뉴스를 헐값으로 제공하면서 스스로 뉴스의 유료가능성을 거세한 언론사들로서는 최근 공세적인 투자에 나선 온라인 뉴스 부문의 미래 수익성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원래 언론사들이 온라인 뉴스 서비스에 유료모델을 도입한 것은 일단 오프라인 미디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종이신문 구독자들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공짜로 볼 수 있다면 구독을 중단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일부 활자매체들은 여전히 웹 사이트를 제한하며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그후 인터넷 이용자가 급증하고 뉴스 소비 플랫폼으로 온라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의 잠재력도 커졌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고 충성도 있는 독자들을 확보, 광고주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유료 서비스는 곧 브랜드 파워와 직결된다는 식이었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BBC나 CNN 등 유력매체들은 이러한 유료 서비스로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 뉴스 소비자들은 수준있는 뉴스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웹 뉴스 서비스의 흐름>
하지만 웹2.0 환경이 도래하면서 뉴스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졌다. 뉴스 콘텐츠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하고 공유돼야 하며 재활용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로그인 한 뒤 결제를 해야 뉴스를 볼 수 있는 폐쇄적인 웹 사이트 운영이 아니라 이용자들로 하여금 제한없이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유무형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즉,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뉴스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들이 몰릴 것이고 이것은 광고주들에게 언론사 웹 사이트를 어필할 배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과연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무료 전환은 대세인가? 또 무료 전환은 언론사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이용자들은 뉴스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것인가?라는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단 해외 언론사와 온라인 시장, 이용자 문화는 국내와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미국의 온라인 시장은 자국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이다. 이용자들도 영어권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유입된다. 당연히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의 온라인 광고비는 168억달러에 달했다.
또 미국 언론사들과 이용자들은 밀착도가 남다르다. 언론사 뉴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언론사들 역시 온라인 저널리즘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유료 회원을 100만명이나 보유하는 등 언론사 웹 사이트에서 확보한 독자DB의 가치가 높다. 이것은 단지 시장규모의 차이에서 연유한다기보다는 언론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일반적 호감도가 그 배경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특히 대부분 매체가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전량 공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 쪽에 전략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뉴스 사이트 상위에는 언론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가 밀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시장에 대한 내용 있는 검토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수많은 온라인 비즈니스 기업들과 시장조사기관들이 뉴스 사이트의 장래를 위해 헌신적인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뉴스 사이트에 왜 오는지,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어떤 경향을 갖고 전개될 것인지 등 수준 높은 분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언론사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상대하고 있다. 경제인구 2,300만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대자본을 등에 업은 새로운 미디어기업들이 통신과 방송영역에서 뉴스 콘텐츠의 가치와 가능성을 뒤흔들고 있다.
또 뉴스 소비자들은 굳이 뉴스 콘텐츠를 언론사에서 봐야 할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고만고만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색깔(논조)의 차이만 있을 뿐 뉴스로서의 객관성도 디지털 서비스의 차별성도 미흡하다. 따라서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에 뉴스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언론사들은 애초부터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유료화는 불가능했다. 뉴스룸 내에 인터넷의 특성에 맞춘 속보 뉴스 즉 24시간 뉴스 서비스의 체계를 본격화한 것은 불과 1~2년 전의 일이었다. 영상 뉴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개방과 공유, 참여와 분산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환경이 도래해 ‘유료’를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뉴스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국내 온라인 시장은 뉴스와 비즈니스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여건을 갖춘다면 다른 가능성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매체들의 무료전환은 브랜드 자신감에서 출발했음을 유의해야 한다. 치밀한 전략에 의해 도입된 유료 서비스의 성과를 토대로 자사 브랜드의 흡인력을 확인한 언론사들은 더 많은 이용자들의 유입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 파워는 콘텐츠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형성됐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정략적이고 분별력없는 저널리즘에 ‘항거’하고 있는 뉴스 소비자들이 즐비한 국내에서는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뉴스 서비스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디지털스토리텔링을 통한 온라인저널리즘은 더욱 풍부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속도가 아니며 멀티미디어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참여와 소통, 진실과 지혜를 담은 뉴스 콘텐츠가 각광받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그것이 준비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료와 무료의 경계에서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진입로에서 말이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email protected]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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