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합시대 방송의 의제설정 가능성은?


   
 
  ▲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의제설정 기능은 매스 미디어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소수의 정보공급자와 대다수의 정보수요자의 구도가 아닌 다수의 정보공급자와 다수의 정보 수요자 내지 모두가 잠재적인 정보 공급자이자 수요자인 상황에서 의제설정 기능이 과연 가능하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디지털 융합시대에서 의제설정 기능은 그 주도권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이 같은 의문에 답하자면, 여전히 매스미디어의 의제설정 기능은 유효하다. 그리고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의 의제설정기능도 유효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과 의제설정기능이 무관하다는 것도 아니다. 의제설정기능은 과거 특수한 정보유통 구조에서 강화되었고, 유독 선거철에 불거져 왔지만, 근본적으로 미디어를 장으로 보는 수용자들의 인식공유와 높은 신뢰도는 의제설정기능이 가능한 원천이다. 따라서 수용자들이 기존 미디어에 대해서 장으로서 인정하고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는 한 의제설정 기능은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인터넷에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미디어의 의제설정기능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공중의 의제와 미디어의 의제간에 무엇이 선행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이견이 존재한다. 미디어의 의제설정기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공중의 의제를 의제화하여 강화하는 것이라는 견해와 미디어의 의제가 결국 공중의 의제가 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공중의 의제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미디어의 의제가 공중의제로 되는 의제설정 효과에 대해서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가 엘리트적 태도나 가부장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미디어 의제 작업보다는 공중의제에 먼저 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쌍방향의 디지털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공중의제에 더욱 주목하고 보다 심도있는 답을 찾을 수 있는 데 기여하는 미디어의 의제설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방송의 의제설정 행태는 어떠한가? 현재 방송이 다루고 있는 주요 의제로 경제 관련 이슈와 남북관계 이슈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문제는 이들이 균형감있게 다뤄지느냐와 과연 심도있는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의제설정은 그 양과 방향성 모두 대선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방송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먼저 양적으로 특정 의제에 치중되면, 대선을 임하는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은 물론이고 투표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경제 이슈가 기존의 부정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위기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의 불공정 담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다룰 때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적 의제도 함께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다. 과연 경제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련 이슈도 지나치게 낙관론적 시각이나 부정적 시각이나 모두 경계하여야 한다. 남북관계는 지향성이 중요한 것이지 일회성의 성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면에서 누가 집권하든간에 반드시 모두가 가져가야 할 기본적인 태도는 무엇이며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의제를 심어주어야 한다. 나아가 모든 대선 후보들은 경제의제와 남북관련 의제에 대해서 보다 분명한 입장과 정책이 제시되도록 하여야 하며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공정하고도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방송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여전히 의제설정 기능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길은 수용자들의 높은 신뢰도에 있으며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디지털 시대에는 높은 신뢰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 눈뜨기를 바란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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