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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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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사학자 맥루헌이 거의 반세기전에 천명한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명제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사는 오늘날에도 무한한 지혜의 단초를 제공한다. 미디어가 바로 메시지라는 명제는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메시지의 실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똑같은 문장으로 구성된 기사를 종이신문으로 읽는 것과 포털로 읽는 것은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뭐가 다른가라고 갸우뚱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명제를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여기에서 메시지는 액면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작동되는 사고방식, 나아가 정신 문화를 가르키고 있다.
새로운 매체,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신문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뉴스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신문의 열독률, 텔레비전 뉴스의 시청률이 매우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문사, 방송사들은 저마다 떠난 고객들을 되돌아 오게 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안들을 들여다 보면 한마디로 마케팅 전략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저런 마케팅 전략은 좀처럼 한번 떠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지 못한다. 오히려 남아 있는 고객들 마저 계속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신문사, 방송사들은 새로운 마켓, 즉 인터넷으로 뛰어들거나 그것과 연계해 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이런 모순적인 얘기들은 신문과 방송이 자신들이 생산해 내는 메시지의 자산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은 오랜 동안 동일한 일을 반복하다보니 종이신문의 가치, 텔레비전 뉴스의 더 큰 가치를 망각하기 십상이다. 밀려오는 인터넷 포털과의 경쟁 부담 때문에 자꾸만 콘텐츠, 또 콘텐츠를 외치다 보니 미디어 자체가 자아내는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더 큰 메시지를 보지 못한다.
필자가 최근 전국 4개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실험조사를 동시에 수행한 결과는 종이신문을 습관적으로 읽는 학생들이 학점도 높고, 공공 지식도 높으며, 정치적 관심, 사회 참여 등도 활발히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는 당연히 신문을 읽는 대학생들이 더 많은 시사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포털 등에 동일한 시간을 투자하는 대학생들에게는 그러한 민주주의 학습 효과가 나타나기 않았다.
신문읽기는 단순히 정보 습득 행위가 아니라 가정교육이고 문화적 향유이며 민주주의 교육이다. 특히 대학생의 신문 비열독 현상은 많은 경우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신문 읽는 습관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거나, 신문을 읽지 않다보니 신문기사 내용이 어렵고 지루해서 결국은 기사의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신문 문맹’의 경우까지 발견된다. 신문 문맹자들은 역으로 학점도 안좋고 사회의식도 형편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컨대, 신문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시사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더 큰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이 제공하는 메시지 사례는 텔레비전 뉴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는 영상 뉴스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국민 모두가 동일한 뉴스 영상을 동시간대에 볼 수 있는 여론의 공론장, 국민 통합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매체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서는 텔레비전 뉴스가 포털에 경쟁할 수 없다. 적어도 장기적인 경쟁 차원에서 보면 말이다.
상승가도를 타고 있는 포털 뉴스도 우선은 편리성, 접근성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포털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 가치를 개발하지 않으면 언젠가 퇴조의 길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역시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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