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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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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대단한 모욕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고 또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무시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언어의 혼탁과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을 가늠해 보곤 했다. 그럼에도 이 경우에는 정말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방송위원회가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이 동시에 보는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다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방송위원회의 ‘정신’에 어긋나 있다.
저간의 사정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 현상으로 경영난이 시작되고 있으며, 그런 와중에 막대한 디지털 전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연 5천억원 이상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는 중간광고 도입은 언뜻 손쉬운 방송사 지원정책이 될 수 있다. 케이블TV쪽과 신문사들이 중간광고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각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해도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방송위로서는 한번 추진해볼 만한 정책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거두절미하고 이것은 정말 아니다. ‘정신’이 있는 방송위원회라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지하듯 방송위원회는 방송프로그램 및 광고의 기본 방향과 편성, 운용 등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 그야말로 방송정책의 최고기관이다. 때문에 방송위원회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위상을 가지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위원들로 구성된다. 이것은 적어도 방송위원회가 국민의 정신과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방송을 영악한 정치권력과 경제세력으로부터 지켜내고 방송의 공익성을 최대한 창달해달라는 공공의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정신은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시민의 정신과 문화를 지키는데 있다. 방송은 국민의, 시민의 정신과 문화의 공간이고, 방송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방송 공원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2007년 가을 대한민국 방송위원회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송 문화공원 한 가운데 광고판을 세우고 잡상인을 들여 놓는 일에 앞장서려 하고 있다.
중간광고는 방송프로그램 중간에 살짝 끼어 넣는 광고가 아니다. 중간광고는 시민이 자유롭게 향유해야 할 방송문화의 파괴자이고 국민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매국노이다. 미국도 중간광고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의 상업방송은 이미 1961년 미노우 미방송통신위원회(FCC) 의장이 개탄했듯이 ‘거대한 황무지 (vast wasteland)’가 되고 있다. 진짜 문화 선진국인 유럽의 공영방송에서 왜 광고를 금지하는지를 되새길 일이다.
이번에 방송위원회가 4대5로 중간광고 도입을 가결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 출신인 최민희 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좌절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진정한 시민 정신, 국민 문화가 살아 있다면 방송위원회가 이 같은 ‘정신’없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을 도와야 한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우리의 아들딸들이 보는 방송에서 정신문화를 파괴하는 중간광고만은 막아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오히려 중간광고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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