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한달도 남겨놓지 않는 가운데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한창이다. 김경준씨 사건은 대선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대통령 후보 등록일이 25~26일인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닷새는 각 후보들의 운명을 가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큰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사활을 걸고 공격과 방어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기는 모습이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경준씨 사건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최근 상황은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검찰이나 각 정당, 그리고 언론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움직이는 각 후보진영에 검찰이나 언론 모두 휘둘리고 있는 형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일선을 뛰는 언론인으로서 자괴감을 마저 느끼게 한다.
이번 김경준씨 수사는 결코 정치적인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검찰은 정치적인 상황, 각 당의 당리 당략과 상관없이 철저히 수사,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김경준씨의 BBK설립과 운영, 주가조작,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연관설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굳이 시간에 구애 받아서도 안될 것이다.
각 정당도 자신의 후보당선을 위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사실을 왜 감추려 하는가. 진실은 결코 감춰서는 안되며 설사 감추려고 해도 언젠가 밝혀진다는 게 진리다. 특히 후보들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 신뢰(Trust)하는 우리사회를 만든다는 자세로 이번 사건을 대해야 한다.
우리 언론은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감시견’(Watch Dog)역할을 제대로 해 우리사회의 ‘목탁’이 되어야 한다. 혹시 특정 후보를 너무 선호한 나머지 일부러 진실을 축소하고 외면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또 드러난 자료나 증거 이상으로 상황을 미리 예단하고 몰고 가는 기사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한다. 만약 경영진이나 데스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일선 기자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나야 한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이자 나라의 주춧돌이다. 지금 국민들이 언론에 쏟아붓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데 결코 훼방꾼이 되어서는 안된다. 계속 훼방꾼이 되겠다는 자세는 언론의 기본사명을 저버리는 행위다. 사실과 객관성의 토대 위에 강하게 버티고 서는 게 우리언론의 최소한의 자세다.
언론은 또 정치적인 플레이어가 돼서는 곤란하다. 특정후보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다른 후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게 언론자유가 아니다.
이번 대선은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언론은 국민들에게 각 후보들의 정책정보를 충분하고도 분석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외교 안보 경제 사회복지 교육 등 각 정책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엄밀한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고 수준 높은 기사를 제작, 국민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대선을 둘러싼 우리상황은 단언하건데 정책대결을 통한 훌륭한 지도자를 뽑자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에는 물론 일부 너무 나도(?) 파격적인 정치인들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우리 언론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대선후보들이 5천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책대결을 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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