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선영 코리아헤럴드 경제부 기자 |
|
|
‘씨티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과 그 부상으로 주어진 2주간의 컬럼비아 대학 연수, 2007년 한 해를 돌이켜 보니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인 듯하다.
경제와는 담쌓고 살다가 갑자기 금융을 담당하게 되어, 매일같이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때에 찾아 온 배움의 기회였기에 나는 이 연수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게다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이라면, 기자들의 꿈인 퓰리처상을 관리할 정도로 저널리즘으로 명성이 높은 곳이지 않은가.
사실 나는 본사 기자로는 드물게도 그 흔한 어학연수도 한 번 안 가본 토종이다. 외국 대학은 수업을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데, 매번 토론하고, 프리젠테이션이라도 시키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두려움까지 들었다.
비록 2주간의 짧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컬럼비아 저널리즘 연수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나중에 대학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MBA와 ‘Knight-Bagehot’ 저널리즘 펠로쉽 커리큘럼 중에서 진수만 모아놓았다고.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유익했는지는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 몇 명만 소개해도 충분할 듯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티모시 가드너, 미국의 전 재무부 장관이자 현 씨티 회장인 로버트 루빈,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 골드만 삭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 에비 조셉 코헨 등.
이들이 매 세션마다 신용 파생 상품(credit derivatives)을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 하곤 했는데, 사실 난 내용도 어렵고, 국내 금융 시장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몇 달 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바로 이 신용 파생이 그 문제의 핵심이라는 거 아닌가. 좀 더 공부를 했어야 하는 건데,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동료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호주, 남아공, 콜럼비아 등 출신으로 연배도 20대부터 50대까지 가지각색이었지만, 하나같이 면면이 훌륭한 기자들이었다. 금융이 아주 발전된 나라에서 온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국제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지. 매일 같이 쓰는 로컬한 이슈에 대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던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또 그만큼 열심히 놀아야 하는 법.
뉴욕에서의 2주간 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4개, 뉴욕 메츠 경기 관람, 크루즈 투어, 우드버리 아웃렛 쇼핑, 뉴욕 맛 집 찾아 다니기 등 노는 데에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
2주간 연수의 하이라이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젊은 총재 티모시 가드너에게 금산분리의 타당성을 물어봤던 것인 듯 싶다. 그쪽 입장에서는 약간은 엉뚱한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원을 풀었다고 할까?(티모시 총재의 답변은 풀(POOL)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것을 공부하고 소중한 추억을 가져다 준 연수였다.
이선영 코리아헤럴드 경제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