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완숙한 자세를 보여라

/ 우리의 주장

얼마 전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권 인수 작업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엄청난 대개혁의 시발점에 접어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보도를 보면 인수위는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 8일 오전 서울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국제회의실에서 박진 외교통일안보분과위간사 주재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부 업무보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수위 소속 위원들은 정부 각 부처의 직업 공무원들을 상대로 그들이 그동안 해온 모든 일을 비판하고 공격하며 반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요즘 보도되는 인수위의 행태를 보면 마치 오래 전의 국보위가 되살아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인수위원들의 행태는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호통을 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현재 정권 인수과정이 실제로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언론이 이렇게 과잉으로 극화해서 보도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부 부처를 바꾼다는 계획이 하루 이틀 만에 ‘왔다 갔다’하고 있다. 통일부를 없애겠다고 보도됐다가 통일부는 존치되는 것으로 또 보도됐다. 한 개의 정부 부처가 하루 이틀만에 계속되는지 폐지되는지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지 불안한 느낌마저 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해온 거의 모든 정책을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이른바 평준화 교육정책을 입안-수행해 오던 직업공무원들은 인수위에 대해 그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정책이 잘못됐다고 해야 하는 형국이다. 교육정책의 장단점이 있을 터인데 인수위는 한꺼번에 너무 많을 일을 하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경제부처도 조직이 바뀌고, 부총리직은 모두 없어지는 모양이다. 요즘 보도를 보면 천하개벽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무려 10년만의 정권 재창출이니 만큼 이명박 당선자측은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명박 당선자측이 무엇이든 확 바꾸어 버리겠다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기를 바란다. 마치 개선장군인 것처럼 권력을 접수하는 모양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언론은 이들이 무소불위의 개선장군처럼 보도하고, 노무현 정부하의 공무원들이 무조건 잘못한 것처럼 묘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권력 인수인계 과정이 얼마나 위압적으로 보도됐고, 또 그렇게 보고됐으면 현직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을까 싶다.

인수위가 의욕을 갖고 엄청난 개혁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언론은 이것을 보도하는데 어느 정도의 자제가 필요하다. 설익은 정책과 계획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제다. 인수위의 일거수 일투족을 과잉으로 보도하는 것도 문제다.

정책이란 여러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어 조금씩 미세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정부 부처 조직을 바꾸거나 정책을 바꾸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책이나 개혁이 바뀌어지고 이것이 실현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언론은 이런 절차에 관해 거의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인수위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 단계의 내용을 과도히 보도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당선자측이 “당선인으로 불러달라”고 언론에 주문했다고 한다. 실용을 내세우는 이명박측이 상위법인 헌법이 ‘당선자’라고 명기하고 있는데도 하위법에 있는 ‘당선인’을 고집하는 것도 좀 우습다. ‘자’가 ‘놈 자(者)’여서 싫다는 설명에는 실소(失笑)할 수 밖에 없다. 언론과 국민의 귀에 이미 익어 있는 ‘당선자’를 버리고 언론이 이명박 진영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인수위에는 보도된 것과는 달리 비전문인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교육분야가 그렇다고 한다. 요즘은 정권 취임초의 밀월기간도 아니다. 정권을 차분히 논리적으로 인수하면 되는 것이고, 언론은 이것을 잔잔하게 보도하면 될 일이다. 왜 이렇게 천지가 뒤흔들릴 것처럼 보도하는가. 그리고 언론은 정책의 변화를 보도할 때 왜 인수위가 바꾸려 하는지, 왜 지금까지의 정책이 문제가 있었는지(아니면 없었는지)를 논리적으로 분석-보도해야 한다. 인수위의 행태와 언론의 보도에 좀 더 억제된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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