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뉴스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28>

지난 한해 국내 신문기업이 영상 서비스를 위해 전개한 노력은 헌신적인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신문기업에 영상 콘텐츠 생산 파트가 신설됐고 그들은 비디오를 제작해 웹 사이트는 물론이고 DMB, 위성TV, 케이블TV로 유통시켰다.

편집국 기자들이 캠코더를 들고 뛰는 것은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닐 뿐더러 어떤 경우에서는 '특종'을 건지는 출구가 되고 있다. 신문사들은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 생산을 위해 스튜디오를 구축했고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한마디로 영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08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일부터 매일 오후 6시 인터넷을 통해 '중앙뉴스'를 생방송한다. 편집국 간부가 직접 출연해 내일자 신문기사를 브리핑한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JMnet)는 이 채널을 통해 기획 영상도 서비스한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력 신문사들은 케이블TV 인수 등으로 TV 플랫폼 진입이 대세가 되는 흐름을 만들었다. 조선일보의 인터넷 자회사 디지틀조선일보를 비롯 헤럴드 미디어, 머니투데이, 한국일보, 서울경제 등이 가세했다.

그동안 한번도 TV에 손을 대지 못했던 신문사들조차 올해는 일을 낼 것이라는 목표로 PP사와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영상 서비스의 의미와 가치, 비즈니스 전망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가혹하다.

사실 모든 신문사의 전략파트가 고민하는 부분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비디오를 제작해야 하는가?"이다. 오늘날 신문기업에게 영상은 분명히 주력분야가 아니다. 핵심 인재들이 신문지면을 만드는데 올인하는 조직과 그 풍토에서 비디오는 액세서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개 PP를 보유한 MPP 중앙방송을 제외하면 국내 신문기업 중 완벽하고 걸출한 영상물을 자체적으로 생산, 유통하는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3~4명의 비정규직 인력과 불품없는 스튜디오와 장비로 영상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의 의미는 없다. 영상은 자본과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힘든 분야다.

따라서 미디어 환경이 영상으로, 쌍방향으로 흘러가는 즈음에 신문기업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자체를 깎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때문에 영상 서비스의 규모와 내용에 대한 가이드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존하는 국내 신문 컨설팅 기업들은 재무적인 분야에 국한돼 있다. 오랜 노하우와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뉴스룸과 기자들이 멀티미디어 스킬을 수렴하고 활동하는 데 대한 필요성과 예산, 전망에 대해 코멘트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신문기업들이 감에 의존해서, 경쟁지의 행태를 좇아영상에 뛰어들고 있다. 불만 보고 뛰어드는 나방같은 형국이 될 것이 뻔한 국내 시장에서 자본도, 조직도, 인프라도 허약한 신문사가 핵심적인 전략의 도출도 없다는 것은 유감 천만한 일이다.

첫째, 신문 뉴스룸과 그 종사자들이 영상 뉴스에 대해 납득하고 있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전제이다. 기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경우 비디오 서비스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취재원이 누구인가, 취재 현장은 어떤가 등에 따라 비디오는 텍스트보다 매력적이다.

이 부분을 인정하는 기자들이더라도 실제자신이 캠코더를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기자들이 영상 취재에 나서는 것을 마다한다면 그것은 노동강도 등 업무 패러다임의 제약에 기인한 것이며 부수적으로는 보상정책의 보완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상 서비스의 품질과 비즈니스를 고려하는 신문기업이라면 기자가 투입해야 하는이유와 목표를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제한적이고 실험적인 것이라면 희망 기자들을 선별하거나 사진부 등 멀티미디어 관련 부서를 탄력적으로 윤용할 수도 있다.

시시한 영상 서비스가 아니라 다매체 다채널에 원소스멀티유스의 양식으로 신문사 브랜드를 원한다면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3~5억의 시설 장비 비용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신문사와 닷컴이 보유한 영상 관련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조직의 안전성이 취약하다. 또 편집국 기자들과의 상호적인 업무 공유도 쉽지 않다.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동으로 투입돼 제작과 서비스, 유통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곳은 드물다.

결국 신문 뉴스룸 안에 영상이 필요하다면 왜, 어떤 목표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제작돼야 하는지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또 비즈니스인지, 단지 경험을 쌓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뉴스룸의 영상 접근에 대해 미래성을 확약할 수 있다.

둘째, 어떤 특정 신문사가 영상 서비스를 한다고 할 때 그것은 다른 미디어 기업의 같은 서비스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프랑스의 피가로 신문은 "신문이 변화해야 한다"는 대전제 위에서 많은 특정 사안들을 비디오로 제작, 보도했다. 평범한 동영상 클립은 그것대로 판로를 찾았고 전문가가 투입된 특별한 것은 자사 사이트에서 활발히 소비됐다.

피가로는 영상을 제작할 때 유럽의 이슈에 대해서 그들이 처한 지명도와 영향력을 감안했다.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영상 훈련을 받도록 하고 익숙해진 그들에게 이니셔티브의 근거를 줬다.

기자들의 아이디어가 넘쳤고 영상 없이는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는 뉴스 생산 문화가 형성됐다. 영상은 플러스 알파이지만 기본적인 포맷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 주요 신문 영상 파트 2008년 1월 현재  
 

과연 국내 신문의 영상 서비스는 지면제작에 투입되는 뉴스룸과 어떤 연계고리를 갖고 있는가. 또 기자들은 영상에 대해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학습경험을 보유하고 있는가.

모터쇼나 연예인 기자회견장을 담는 영상물 제작을 위해서 소규모 또는 대규모 비디오 생산 파트를 운영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신문사 전체 구성원이 왜 영상을 만드느냐는 의문에 답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일관성과 특별함을 가진 영상물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뉴미디어 부문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신문기업 종사자들은 부정하겠지만 신문의 영향력은 대체로 인터넷으로 넘어 왔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포털뉴스나 언론사 웹 사이트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총합 또는 빈도수(클릭수)가 전체 구독자의 비중보다 무거워졌다는 통계도 있다.

한 신문사의 독자투고 담당자는 "이 부서가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편으로 도착하는 독자투고의 수가 존재했지만 현재 그것은 90% 이상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담당자는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접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하지만 중간에서 고장난 것같다"고 말했다. 그 중간지대는 인터넷이며 다양한 형태의 참여와 소통의 구조들이다.

여기에 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 UCC 사이트에서 자신의 얼굴과 장기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이웃과 현장의 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왜 신문기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TV 뉴스를 리포팅하는 방송기자처럼 알리는 것을 주저하는 것인가.

아직 20~30%를 넘지 못하는 UCC 자체 제작 비율은 계속 투자된 영상 인프라에 의해서 점점 상향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다면 신문의 오디언스(Audience)는 확실히 멀티미디어 플레이어가 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신문과 그 기자들이 독자들을 영상이라는 콘텐츠로 포섭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불행히도 국내 신문기업의 책임 있는 독자 관련 부서는 편집국에 있지 않고 마케팅 조직에 중점적으로 합류돼 있다. CRM에서부터 스타기자 전략까지 이제 영상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합류하는 '6시 중앙뉴스'는 신문 기자들이 카메라를 상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기자들은 또한 동료로서 비디오 제작 인력 심지어 아나운서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질적 업무를 수행해온 전문가들의 진입을 통한 뉴스룸의 확장은 비단 스튜디오 구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뉴스룸의 완전한 통합, 경계없는 업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다 혁신적인 과정이다.

이 혁신의 진전은 결국 영상 콘텐츠의 확대 생산, 더 나아가 신문기업의 정체성의 변화를 수반할 수 있다. 따라서 신문기자들은 자사에 도입되는 영상 서비스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한정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기자들 스스로 영상 서비스 제작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신문사의 영상 서비스의 한계와 전망을 보다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경험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내 신문기업은 지난해에도 소폭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신문방송 겸영규제 해소 논의가 불거지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문사가 만드는 콘텐츠의 질, 신뢰도, 영향력, 비즈니스의 내용이 건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점에서 우리는 성찰하는 기자, 자문하는 뉴스룸이 절실하다. 수년 사이 집중적으로 투자돼 쏟아지는 영상 뉴스에 대해 비평하고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전략가가 등장해야 한다.

영상을 포함 콘텐츠 생산에서 규모의 경쟁은 국내 신문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다가오는 미디어 격변기를 가늠할 시야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 최진순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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