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혁신의 이슈-구독자 전략을 중심으로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23>

다매체다채널 환경이 신문산업을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명백한 증거는 독자의 종이신문 이탈 현상이다.

지난 십 년간 신문업계가 겪은 일 중 가장 참담한 두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인터넷 이용자의 급증과 그 영향력 강화, 그리고 신문 열독률과 구독률의 저하이다. 더구나 젊은 세대의 탈신문 현상은 심각하다.

이렇게 떠난 독자를 붙들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일단 시장과 독자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때 현재 점유한 시장과 독자를 대상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신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향후 1년 내 절독할 의사가 있는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신문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는가? 등등 많은 질문들을 던져 놓고 시장과 독자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

과거에 시장과 독자에 대한 조사는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파악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조사는 신문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에 단서를 찾을 수 있지만 특정 신문이 준비해야 할 숙제를 제시해주진 않는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들을 직접 탐문해야 한다. 특히 왜 우리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가? 논조 때문인가, 아니면 습관적인 것인가 등이다.

그리고 이 결과를 토대로 가장 우량한 독자군들을 그루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논조나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고 한 그룹과 반대로 불만이라고 답하거나 의견을 다양하게 제시한 독자들을 그룹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 이들이 앞으로도 가장 충성도 높은 독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된 두 그룹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소통해야 한다.

특히 독자군을 재정의하는 것은 신문 뉴스룸의 핵심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특정 신문이 견지한 전통과 문화, 콘텐츠에 대해 정통한 스태프와 새로운 시장과 콘텐츠의 트렌드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적절히 조합한 전략파트가 필요하다. 이 전략파트는 또 신문 내 마케팅 부서 이를 테면 독자관련 부서, 지국 등 독자 서비스 조직과 연결돼야 한다. 인터넷 등 온라인 파트와도 묶여져야 한다.

이미 국내에도 그런 시도들이 있다. 중앙일보는 전략관련 부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웹2.0 위원회까지 신설하면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멀티미디어 랩도 만들었다. 여기서는 해외 사례들을 조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해당 신문에 어떤 긍정적 결과를 낼지는 그러한 부서의 업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행하느냐에 있다.

이것은 결국 리더십의 문제로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개편은 ‘미래성장 동력 찾기’에 그 목적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단 혁신의 기운을 조직 내부에 관통시킨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혁신의 내용과 실천의 지점까지는 많은 과제가 있다. 비단 동아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혁신의 측면에서는 자극과 경쟁, 헌신과 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리더의 조정력이 중요하다.

일단 리더는 조직 내부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부서와 전담자가 생겼다면 이들에게 신문의 미래전략에 대한 완전한 위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혁신의 수행과정이 전사적인 관심과 소통의 무대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은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유능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내외 대부분의 신문업계가 이미 영상, (웹, 모바일) 기술, 플랫폼 등에서 외부의 인력들을 수혈하고 있다. 내부의 인재를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기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이 필요하며 이것은 기존의 인력으로 해소할 수 없다. 특히 조기에 어떤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부 동력이 요구된다.

이렇게 내부의 스태프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혁신조직’이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 바로 ‘독자와 시장에 대한 파악’이다. 독자와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면 이 자료를 근거로 세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그 작업은 콘텐츠-CRM-데이터베이스라는 주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독자들은 콘텐츠의 변화를 요구하고 보다 폭넓은 정보와 후속관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모든 한국신문에게 공통적인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매료시킬만한 콘텐츠와 감동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단 대부분의 신문기업은 현재까지 고수한 콘텐츠 생산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논조나 기사의 유형, 뉴스생산조직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

더구나 독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해 가장 일방향적인 매체로 전락한지 오래다. 신문사 웹 사이트는 뉴스와 부가정보만 넘실댈 뿐이지 기자들이나 스태프,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은 부재하다. 특히 독자들에게 더욱 더 다가서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자전거나 백화점 상품권을 구독시 제공하는 탈법적 마케팅이 아니라 구독 이후 지속적인 접점 마련이 절실하다.

충성도가 높은 독자를 어느 정도 확보하는가는 신문의 미래를 거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선일보가 선보인 ‘모바일chosun’은 이미 14만명의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구독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이 관계는 단순히 비용과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 더 신문 브랜드와 독자를 결속시킨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해외의 신문들도 구독자와 비구독자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차등적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구독자는 양질의 유료 정보를 절반 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좋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독자 DB)와 서비스(CRM)가 지속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에 대한 요구사항이 파악되면 가장 먼저 독자들과 소통하는 부서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후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언론사 웹 사이트는 뉴스 소비자들의 패턴을 추적해 메뉴명을 전통적인 정치-경제-사회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본 뉴스’는 대표적이다. 심지어 체스, 명품 등 과거에 따로 분류하기 힘들었던 주제를 전문화시키는 블로그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의 다변화, 전문화는 독자들의 충성도를 더욱 높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처럼 지면에 담는 기사가 ‘어제의 사건’이 아니라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정보’로 뉴스룸 전반의 콘텐츠 철학이 이동해야 한다. 특히 웹 서비스도 속보생산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 기자들을 투입해 보다 빠른 고급정보 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신문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통합뉴스룸이나 CRM, 부가 사업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전개된다고 할 때 시장, 독자에 대한 파악이 왜 중요한지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 과정에서 신문의 고유한 경쟁력인 저널리즘의 신뢰도에 대해서도 근본부터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시장과 독자에 대한 탐문 즉, 혁신은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신문만 보아 온 한국 독자와 시장이 최근의 ‘시사저널 사태’에서 얻은 교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최진순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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