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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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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시속 3㎞의 저속 이동시에는 1백Mbps 이상, 시속 1백20㎞의 고속 이동 중에도 30Mbps의 속도로 다양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인 ‘3GPP LTE’를 개발, 세계 최초로 시연에 성공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는 3.5세대 이동통신방식으로 불리는 HSDPA에 비해 데이터 전송률이 7배 이상 빠른 것이다. 유선에서 1백Mbps이상의 서비스가 가능한 환경이 무선에서도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1백Mbps라면 A4 용지 약 9천장의 정보를 1초에 보내는 꼴이다. 이른바 속도의 시대임을 느끼기에 충분한 뉴스거리이다.
그런데 속도가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속도와 안락함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항공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여 과속하면서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는 범주가 늘고는 있지만, 과속할수록 안락함은 떨어지고 안정성도 떨어지며 사고시 치명적이게 된다. 불가피하게 속도를 선택하면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는 기회 비용적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험을 무릅쓴 군사용이 아닌 바에는 속도 때문에 안락함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아니하는 것이 상식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로만 본다면,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기술과는 달라서 속도와 품질이 반드시 반비례하지는 않는다. 속도가 높아져도 안정성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리적인 0과 1의 효율성과 안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콘텐츠의 진실과 가치 등 질적인 문제에 있다. 최근 일련의 정보들이 양산되고, 유통되는 양상을 보면, 속도의 폐해가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연일 계속된 나훈아 관련 뉴스에서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정보들의 확대 재생산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책임지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 속도의 굴레에 빠져 불쾌함과 불편함에 여과없이 노출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잠시의 여유와 성의가 있었다면, 확산되지 않을, 너무도 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으며 잘못이 지적되더라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우리의 양심과 이웃을 태울 위험으로 상존한다. 인터넷 시대의 부작용이라고만 할 수 없는 현상이 오프라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한 사회에서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 공유되는 양식은 그 속의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기본적 틀을 규정하게 한다. 그러한 점에서 작게는 기자의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미디어기업들의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이다. 설익은 정보가 난무하고, 뉴스의 가치에 대해 책임 있는 평가 없이 단지 속보성과 보다 큰 자극화로 치장된 것들을 마구 쏟아 놓는 존재라면, 주택가를 시속 1백km 이상으로 치달리는 난폭 운전차량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차량은 편하자고 만든 것이고, 보다 편하게 운용하고자 면허증과 교통 법규, 그리고 질서규범이 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한 폐단이 점점 더 커진다면, 편리함보다 불편함이 더 크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미디어세상이 바로 그러한 문제를 고민하여야 할 단계에 있다.
이제는 속도에 우리의 안전과 편안함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도록 하는 데 일조하는 저널리즘에 대해 반성할 때이다. 우리 사회의 피곤도만 높여주는 미디어가 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수용자와 정보에 접근하는 사려 깊은, 결코 가볍지 않은 정보지기가 되도록 자정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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