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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효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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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8년 2월 25일 평양 순안공항. 뉴욕 교향악단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착륙하기 얼마 전부터 마치 영화처럼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탑승구를 벗어난 그들은 평양에서 맞는 흰 눈을 즐기기라도 하듯 꽤 오래 활주로에 머물렀고, 나는 그 모습을 남쪽으로 전하고 또 전했다. 천천히 돌린 비디오 테이프 속 화면처럼 유유한 그 표정들. 하얗게 내리는 눈 속에서 그렇게 뉴욕필의 방북은 역사적인 한 순간으로 나에게 체화되기 시작했다.
#2. 2008년 2월 26일 동평양 대극장. 공연이 끝났다. 두시간전만 해도 공연에 대해 말을 아꼈던 북한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 만난 단원들도, 공연장 로비에서 만난 북한 관객들도, 또 남북한 그리고 외국인 공연 스태프들도, 모두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공연은 이벤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경계가 조금 풀렸음을, 그토록 단단했던 장벽에 작은 균열이 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3. 2008년 2월 27일 모란봉 극장. 뉴욕과 북한의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시작부터 음이 어긋났다. 불협화음이다. 연습 한 번 없었으니 당연한 일인가. 10분 정도 지났을까. 서로의 소리가 맞물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첫 곡이 끝나고 연주자들은 웃옷을 벗었다. 유쾌한 청중의 웃음소리. 두 번째곡. 연주자들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화음은 근사해졌고, 객석에서도 고개를 놀려가며 진지하게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들이 늘어갔다. 분위기는 갈수록 무르익어갔다. 북한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의 진짜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4. 짧고 숨가쁜 일정이었지만, 이 세 장면만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 하나. 무대 양쪽의 성조기와 인공기. 무대를 중심으로 만난 이들도 미국 사람과 북한 사람. 남쪽 사람들이 서 있을 자리도, 개입할 지점도 애매했다. 어중간한 지점. 실제 한반도 관계에서도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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