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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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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융합시대는 소위 다채널과 다플랫폼, 수많은 사업자의 존재가능성으로 인해 미디어의 보도, 정보전달의 행태가 각 공급 주체만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도상의 불균형을 다양한 사상 시장의 자유로 주장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한 시장논리로 보면 외적인 다양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내적인 다양성이나 균형은 필요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융합의 결과, 오히려 집중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어떻게 하면 융합상황에서도 내용의 다양성, 보이스의 다양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정책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의 자유는, 일반 국민의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미디어는 일반 개인과 같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파워를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히려 미디어는 일반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인 균형이 필수다. 이러한 기본적인 균형에는 단순히 찬반의 균형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 계층과 계층, 경제와 사회 등 다양한 차원의 균형이 요구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정부 조직출범과 인사 관련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 살펴보면, 총선이라는 첨예한 이해관계 변수가 존재하는 탓이 컸지만, 장관내정자들의 적합성을 다룬 보도는 유례없이 대다수가 일치하는 방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최소한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는 기존의 이해관계가 극복되었다. 과거 인사때 적용한 잣대를 들이댄 점은 바람직한 것이었다. 즉,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균형을 가진 보도행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개편과 관련한 보도에서는 단순히 중계방송을 하는 듯한 보도로 일관했다. 그 자체로서 물리적 균형은 유지하였지만, 이로 인해 사실상 미래와 가치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균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정 부처의 폐지여부가 구 정권과 신 정권간의 상징적 차별화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립적 시각중심으로 보도가 이뤄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부조직개편이나 조직은 무엇인가에 대한 당위적 모습과 대립적 현실간의 균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직개편을 서둘러야 하는 시급성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균형도 제대로 찾아보기 어려운 보도행태였다.
새로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보도행태도 균형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과연 어떻게 인선해야 합의제 정신이 위협받지 아니하고 구현되는가나 한 지붕 두 가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 조직을 만들어야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조직개편과 직제가 결국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단순 정보만을 제공할뿐인 미디어와 새로운 위원회 자체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제공하는 미디어로 양분될 정도로 보도자체의 내적인 균형을 찾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이해당사자가 아닌 바에는 모든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사안을 인식하게 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식의 내적 균형없는 외적 균형은 사회의 균형을 상실하는 데에 기여하는 꼴이다.
그런가 하면 물리적 균형감이 오히려 의식없는 보도를 낳는 경우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구성과 관련해 마치 방송과 통신을 직능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을 1대 1로 여야가 추천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보도행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한 지붕 두 가족을 만들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인선과 관련해 방송과 통신 양대 사업자들이 힘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은, 판단을 유보한 단편적인 미디어의 보도행태와 맞물려 여러 가지 우려를 낳게 한다.
디지털 융합시대에 보도 미디어가 제대로 위상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더라도 사안의 찬반 균형은 물론, 당위성과 현실간의 균형, 미래와 현재간의 균형, 경제와 사회문화간의 균형도 추구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리적 중립이 아니라 앎과 윤리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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