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나체위 알몸 초밥 (naked susi)


   
 
  ▲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여성의 나체 위에 회를 얹어 먹는 알몸 초밥(naked susi) 시식 장면이 지난달 한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된 뒤 부정적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성의 상품화를 부추겨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갓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방송프로그램을 심의할 방송심의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재방송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인터넷 다시보기는 아예 등록하지 않기로 하는 등 신속한 사과조치를 취하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이 같은 선정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케이블 TV만의 문제도 아니다. 다매체 다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선정적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오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방송시장의 현실을 웅변한다. 보통 1백여개에 가까운 TV 채널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 선택받으려면 평범한 프로그램으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온 케이블 방송 사업자는 경쟁적으로 속살이 드러나는 야한 장면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미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 됐다. 지상파 방송도 스타급 연예인을 내세운 키쓰신과 베드신을 시청률 반전의 소재로 삼아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신문사들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는 이용자들의 시선을 끄는 섹슈얼 이미지들을 초기화면에 내걸면서 트래픽 장사에 나선지 오래다.

UCC를 앞장 세우며 웹2.0 시대를 주도한다는 언론사도, 재도약을 선언하거나 이젠 더 넓은 상대인 오디언스를 상대하겠다는 매체도 야한 문구와 사진을 걸어 놓고 아랫도리 이야기를 좌판처럼 펼쳐 놓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신문이 방송사의 선정적 프로그램은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남발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채홍사’로 전락하고 있다.

노골적인 성 상품화 프로그램과 기사가 얽히고 설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탐조하고 대안을 만드는 미디어는 온데간데없다. 속살 사진을 삽입해 눈과 손만 붙드려는 기회주의적인 콘텐츠만 득시글거린다. 불과 1년 전에 클릭을 노린 마구잡이식 기사 어뷰징(abusing:조작)으로 포털사이트로부터 경고까지 들은 언론사들이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저널리즘의 신뢰도, 브랜드를 강조하는 해외 유력 매체들의 웹 사이트는 커뮤니티 운영에서부터 격이 다르다. 우수한 콘텐츠를 통해 로열티가 높은 오디언스가 규합돼 결국 생존의 동력이 된다는 원칙을 되뇌인다. 선정적인 뉴스는 또다른 대중지들의 영역이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잡식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는 왜 이런 노골적인 ‘성 장사’가 계속 연출되는 것일까? 언론사가 독자와 시청자, 더 나아가 오디언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당수의 뉴스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뉴스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아직 대부분의 언론사는 주요 역량을 신문지면과 방송에 투입하고 있다. 또 유비쿼터스 인프라로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볼 수 있는 지평이 열렸지만, 각각의 디바이스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위한 투자는 지체되고 있다. 올드미디어의 비전을 의문하는 기자들이 이직 행렬에 동승하고 있다.

결국 네이키드 스시는 선정적 콘텐츠를 중심으로 클릭과 시청률을 기대하는 올드 미디어와 기자의 부끄러운 몸뚱이 위에 놓인 쓸모없는 가리개나 다름없다. 더구나 옐로우 저널리즘은 비단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영역에서도 확장되고 있어서이다. 네이키드 스시 류의 프로그램, 성을 상품화한 뉴스의 쓰나미를 그럴 수 있는 일이려니 하고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심의위원회가 하루빨리 구성돼 이러한 선정적 프로를 내보내는 매체를 제제해야 한다.

앞으로 관성화된 올드 미디어 내부의 콘텐츠 생산 과정이 M&A 등 산업적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 빠져들수록 저널리스트가 맞게 될 불행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성찰에 기초한 혁신을 진행하지 않으면 저널리즘의 가치가 상업화된 빅브라더스에게 힘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까지 지켜온 저널리즘의 사회적 권위와 명분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2012년은 아날로그TV가 종언을 고하고 전국이 광대역통신망으로 네트워크의 고도화가 이뤄진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기에 미디어 종사자들의 공공 저널리즘을 향한 분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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