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강성했던 매체인 신문과 TV가 쇠락하고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이 신뢰도 높은 저널리즘을 선사하는 신문에 대한 찬사를 헌정하지만 이미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
미국 유력 신문그룹들의 주가가 반토막 나고 있고 광고매출이 격감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 지식대중과 인터넷의 결합은 견딜 수 없는 압박을 주고 있다.
많은 신문사들이 체질개선을 부르짖고 있지만 구체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외 신문사의 혁신 주창자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걸림돌은 간부들이다. 이들은 혁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방법들을 주도하기에는 이해와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혁신과정에서 지나치게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해 종래의 관행과 체계에 타격을 주는 혁신은 거론하기조차 힘들어진다.
따라서 신문혁신의 큰 대상은 간부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간부들이 혁신에 저항한다기보다는 저항을 지체시키거나 내용 수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간부들을 혁신에 동참시키기 위해서 묘안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신문사 중에는 컨설턴트와 심리 상담가들을 동원해 설득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신문그룹 내부의 다양한 기구와 회사들로 전출시켜면서 지위를 보장하는 한편, 내부 뉴스룸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결국 새로운 스타일을 뉴스룸에 정착키기기 위한 안간힘으로 볼 수 있다. 즉, 올드미디어 뉴스룸의 혁신은 상층부의 사고와 철학을 뜯어 고치는 기본 단계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철학을 바꿀 수 있을까?
고객(audience;독자, 시청자) 대응 부서의 위치와 역할 시장과 고객을 상대하는 부서를 탈바꿈시켜야 한다. 현재 국내 신문사 중 고객과 소통하는 부서를 활성화시킨 곳은 거의 없다. 2005년 7월 시행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따라 신문사 내 고충처리인을 두는 것 외에는 직접 소통 부서는 전무하다. 물론 독자 서비스부나 기고를 받는 편집국내 기자와 부서를 통해 고객과 만나고 있지만 개방적이지 않다.
통상적이고 관행적인 업무만 할 뿐 고객과 적극 의견 교환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웹 서비스 채널도 기계적으로 독자 의견을 전달할 뿐 기사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들을 뉴스룸으로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 또 이원화돼 있고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도 흔하다. 고객과 소통하는 양식을 바꾸고 해당 부서의 중요도를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
고객의 목소리를 전 채널에 반영 대표적으로 고객의 의견이 전달되는 곳은 인터넷이다. 뉴스 댓글부터 시작해 기자 개인에게 보내는 이메일까지 수단과 형식이 다양하다. 신문, 방송의 뉴스룸에 직접 전화를 거는 고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해서 정기적인 리포트를 하는 경우는 없다. 하더라도 해당 부서 내에서만 이뤄져 전체 뉴스룸과 경영진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없다.
경영진과 뉴스룸 데스크의 지시가 업무의 기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고객이 전하는 메시지가 결정적인 변수가 돼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목소리를 언론사 내부에 골고루 스며들 수 있게 할까? 고객이 웹 게시판에 올린 의견글, 이메일을 통해 전달된 다양한 목소리들을 사내 인트라넷으로 실시간 전하고 이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매일 체크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이렇게 고객 소통과 서비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뉴스룸의 철학을 바꾸기 위해서다. 쉽게 바뀌지 않는 기존의 신념과 관행, 문화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다. 그러자면 종래에 해오던 업무 스타일과 행태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시장의 고객과 직접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콘텐츠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어떤 관점에 의해서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관점을 마구 훼손하면서까지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고객의 의견으로부터 뉴스룸의 선택이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뉴스룸이 일방적으로 유지하던 시스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차이와 특징들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과거보다 더 많이 반응할 것이고 고객은 ‘감동’받을 것이다. 뉴스룸은 점점 그러한 선택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유하게 될 것이다. 혁신의 방법도 비로소 고객을 중심에 놓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기자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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