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6일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원로학자인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와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소속 활동가 등 7명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시민사회와 학계 일각에서 경찰의 이번 수사는 정부가 1백여 회 넘게 지속중인 촛불 집회를 중단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공안정국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비판에 적극 동조하며 경찰이 촛불을 끄기 위해 악법으로 지탄받는 국보법을 휘두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경찰은 이날 "사노련의 규약과 강령에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을 만든 뒤, 당을 결성하고 최종적으로 남한을 사회주의화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들은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을 제작·배포한 혐의가 있으며 그동안 사노련 깃발을 들고 촛불집회에도 수차례 참가해 왔다“며 체포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사노련 강령은 ‘부르주아적 국유화를 사회주의로 위장한 동유럽·북한·중국의 공산당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어 보안법상 이적행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다.
경찰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노련의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CD, 서적 등을 압수해 추가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밝혀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밝혔다. 검경은 현재 이번 사안과 별도로 또 다른 활동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대대적인 공안정국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오 교수는 민중정치연합 대표, 한국경영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학장 등을 지냈으며 진보진영의 대표적 원로 학자 중 한 명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비판해왔다.
학계에서는 오 교수 등의 연행과 관련 “보안법의 이적행위는 북한 정권을 돕는 것이란 의미로 오 교수는 북한 정권과는 무관하다”면서 “학자적 신념에 따른 원론적 사회주의 운동이 탄압을 받는다면 국내에서 그 어떤 사상 운동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사상은 구속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군사정권 시절에도 사회주의자임을 당당히 밝혀왔던 오세철 교수가 21세기에 새삼 국가보안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을 절대왕정 시대로 돌려놓지 않겠다면 당장 ‘사노련’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촛불집회 참가 단체의 씨를 말리려는 정권의 의도로 읽힌다”면서 “사노련은 지독한 반북 성향 때문에 통일운동 단체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을 정도였다. 과거 간첩단 사건 조작처럼 경찰이 신 공안정국에 편승해 코드 맞추기용 표적 수사를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노련은 단체 강령 등도 인터넷을 통해 밝히면서 공개적으로 활동한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뒤집어 씌운 것은 이명박 정부가 낡은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 시대를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우리는 경찰의 이번 조치가 촛불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한 대대적 공안정국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현 정권은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코자 한다. 이 법은 세계인권선언에 반하는 반인권적인 악법으로 반세기가 넘게 사상, 양심, 언론출판의 자유를 짓밟고 억눌렀으며 정권 안보를 위해 악용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슬로건으로 선진화를 주장하려 한다면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
2008년 8월 2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원문출처 - 통일언론 www.tongil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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