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비서관, 안녕하십니까? YTN 청와대 출입기자 우장균입니다.
박 비서관과 제가 같은 KBS출신으로 제가 박 비서관에게 선배로 호칭함이 도리이나 8백명 YTN 사원들과 그 가족들의 삶의 터를 유린하는 박 비서관의 만행에 차마 선배로 부르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와대 방송언론 참모인 박 비서관도 알다시피 구본홍씨는 용역깡패 3백여명을 동원한 날치기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사장실에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씨는 최근 저를 포함해 12명의 YTN 기자들을 경찰에 형사고발했습니다. 구씨는 또 저를 포함해 30여명의 기자들에 대한 회사차원의 징계 조치를 밟고 있습니다.
저는 마흔 다섯 살까지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법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올 때 강도 높은 신원조회를 받았듯이 저도 대통령실 경호처의 신원조회를 통과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됐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하는데 경찰서에 불려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구본홍씨는 한술 더 떠 회사징계 통지서를 기자들에 보낸 뒤 개인 집으로 통지서를 등기로 보냈습니다. 저는 일흔 다섯의 노모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경찰서와 회사에서 날아온 소환통지서에 충격을 받고 몸져눕기도 했습니다.
박 비서관은 YTN 새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뒤 사측과 대화를 벌이다가 결렬을 선언한 8월19일 청와대 춘추관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 구본홍씨가 사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등 능력이 없음은 인정하나 청와대는 구씨를 사퇴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1990년 KBS 사태 예를 들면서 징계를 받아 월급을 받지 못하면 생활이 곤란할 것이라고 겁박하며 계란으로 바위치기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YTN 주식 2만주를 이미 팔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를 노조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박 비서관은 특보출신이 왜 공정성이 생명인 뉴스전문방송에 와야 하는지, 박 비서관 본인과 YTN 사원들에게 무능함을 보인 구씨가 왜 사장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의 뜻이 정녕 구본홍씨 한 사람을 위해 8백명 YTN 사원들의 일터를 도탄에 빠뜨리는 것입니까?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 7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사장 추천은 YTN 이사회가 한 것이지 정부가 간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구본홍씨 사장 날치기 통과가 정부의 뜻입니까? 이 나라 언론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신 차관과 박 비서관 둘 중의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에서는 벌써부터 박 비서관과 같은 참모진들이 교언영색과 거짓 보고로 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뜻을 청와대 참모 개인의 영달을 위해 꺾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박비서관이 저를 해직기자로 몰고 간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와 YTN 기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박 비서관 같은 권력을 가진 공복의 서슬 푸른 칼날이 아닙니다. 저희가 두려워하는 것은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는 청와대 참모진의 그릇된 정책이 우리의 일터를 유린하고 이 땅의 언론독립을 훼손하고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입니다.
우장균 YTN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