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소유 및 겸영제한 개정 헌법원칙 지켜야


   
 
  ▲ 지성우 단국대 교수  
 
최근 정부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비, 국내 경기부양을 위하여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폭적인 소유·겸영 제한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민주정치의 창설적 전제’가 되는 ‘언론’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귀속되지 못하도록 하는 ‘여론주도적 의견형성력 배제’를 헌법원칙으로 하고 있다. 방송영역에서 이러한 헌법원칙은 방송의 독과점을 금지·제한함으로써 방송이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의견의 다양성을 통한 다원적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있을 때에 만 유지될 수 있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여론주도적 의견형성력 배제’라는 헌법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방송사업에 대해 소유 및 겸영규제와 아울러 구역제한, 매출액제한, 주식소유보유제한 등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 PP’ ‘보도관련 PP’ ‘외국자본’ ‘대기업’ 등에 있어서는 상당히 엄격한 소유 및 겸영규제를 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업의 경우에는 산업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별다른 규제가 없으며, 기간 통신사업자에게만 외국인 지분을 49%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의 소유 및 겸영규제 제도가 판이하기 때문에, 방송·통신 융합국면에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입과 관련하여 통신사업자를 포함한 후발사업자들은 방송시장의 진입규제가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가령 IP-TV를 제공하려고 하는 통신사업자는 지금까지 통신시장에서 별다른 소유제한·구역제한 등의 규제 없이 사업을 영위해왔기 때문에, 현재 방송시장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받고 있는 ①소유제한 ②겸영제한 ③구역제한 ④매출액제한 등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심정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된다. 또한 현행 방송법의 엄격한 소유 및 겸영제한 규정들은 방송의 다채널·다매체화에 따라 규제를 점차 완화해 가고 있는 전 세계적인 경향과 약간 거리가 있는 규제 형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법에 내재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과 개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행 방송법상의 소유 및 겸영규제 제도는 지난 10여 년간 유료방송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적·방어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방송법제의 변화 내지 규제완화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는 산업 활성화라는 측면과 아울러 방송의 사회적·정치적 의미와 향후 한국에서의 방송과 방송사업의 지향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의 공정경쟁문제를 철저히 소유 및 겸영제한의 문제로 해결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소유 및 겸영 제한제도는 원래 방송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봉사적 기능유지’와 이를 통한 방송편성권의 자율성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한 수단적 의미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여론주도적 의견형성력 배제’라는 헌법원칙이 구현될 수만 있다면 향후에는 현행법처럼 개별 미디어에 대한 소유 및 겸영규제를 지양하고, 당해 미디어 또는 미디어 기업의 시장지배력이나 시청자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탄력적인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개선도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일개인이나 집단에의 주도적 여론형성력의 배제’라는 헌법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특히 미디어 분야는 국민의 정신적·문화적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성우 단국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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