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조의 구본홍 사장 사퇴 요구가 지난 7월18일 이후 80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10일 파업 찬반 투표를 76.4%라는 높은 지지율로 가결시켰다. 젊은 사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무기한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태의 열쇠를 쥔 정부는 아직 미동조차 않고 있다. 정부는 YTN 사태의 개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구 사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 그 말을 믿는 YTN 사원은 거의 없다.
정부가 ‘구 카드’를 고집하는 것은 그에 대한 신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내에서도 구씨가 능력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정부 측은 당초 “KBS, MBC와 달리 YTN은 얼마든지 관리 가능하다”고 파악했다고 한다. 철옹성 같았던 KBS가 비교적 쉽게 마무리 된 탓인지 이러한 생각이 최근 더 굳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한 청와대의 인식에는 정략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야권과의 대치에서 정국 주도권을 내줄 빌미를 만들지 않겠다는 셈법이다. 지금으로서는 YTN이 마지막으로 남은 고지인 데다가, 향후 진행될 KBS 2TV와 MBC 민영화의 전초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YTN 사태는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녹록지 않다. 구 사장 반대 목소리는 일부가 아닌 대다수가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징계나 고소·고발만이 사태를 심화시키는 게 아니다. 구 사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다.
구씨를 YTN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은 YTN 내에서 10여명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는 현실론자들도 일부 있으나 그들도 구 사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문제의 뿌리에는 몇몇 간부들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들이 노조와 구 사장의 타협을 원치 않는다는 소문이 사내 안팎에 파다하다. 노사의 원만한 사태 해결이 곧 그들의 ‘토사구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구본홍 사장은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맞다. 구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 자질이 부족한 구씨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태가 악화일로를 거듭하다가 구 사장이 YTN 기자들을 향해 해고 등 중징계로 상처를 남긴다면 이명박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아투위 해직언론인들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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