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등반대회! 기자들을 위해 김밥싸고 싶다

언론다시보기 / 방송인 김미화

기자협회 등반대회 ! 기자들을 위해 김밥싸고 싶다



   
 
   
 
나는 시골 에 산다. 왜 시골에 사느냐고 물으신다면, “자연이 나를 불렀다”고 말하고 싶다. 시골길을 걸으면 기분이 매우 좋다. 요즘은 논에 곡식이황금빛으로 익어가고, 길 양 옆 으로 내가 좋아하는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갈대도 요즘이 제일 예쁘다. 아!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기자들 머리에 쥐날정도로 복잡하고 엉킨 문제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자들,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자협회 홈페이지 화면에 11월에 가족과 함께 산행도하고 나들이를 가자는 공지가 떠 있었다. 순간 이거다 싶었다. 기자님들을 위해 제발 그렇게 하시라고 내가 김밥이라도 싸주고 싶은 마음이다.

기자님들! 경마장에 말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 말들은 앞만 바라보게 말 안경을 쓴다. 옆을 보지 못하게 하고 한곳만 바라보게 말안경을 씌우면 집중해서 달릴 수 있으니, 기수입장에선 최상의 방법일 게다.

어쩌면 말들은 달리는 걸 빨리 멈추고 휴식의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쉬어가라.” 이 평범한 말이 왜 그렇게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울까?

예전에 코미디 소재 중에 6.25전쟁 중에 피난길에서의 다급함을 표현한 얘기가 있다. “고저, 내래 기때 죽는줄 알았써야! 아세끼는 등짝에서 앙앙 울디, 소변은 마렵디, 끈은 안 풀어지지. 고럼!”

급할수록 침착하게 뭔가를 집중 한다는 것, 이게 어려운거다. 나는 애기도 안 엎었는데, 급하면 하늘이 하해지면서, 일단 허리띠가 잘 안 풀어진다.

요즘 하루하루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큰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방송계도, 신문사도, 모두모두 과도기에 놓여 있는 듯하다. 정말이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때다. 그런데, 머리에 쥐만나지 솔로몬! 그분이 오시질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럴 땐, 이성보다는 감성이 필요한때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충전을 하기 위해 밧데리도 아닌데 외국에 몇 달간 다녀온다고도 하는데, 우린 충전하기 위해 자연을 찾아가자. 이름 모를 들꽃들을 보고, 흙길을 걷고, 물 흐르는 소릴 들으며, 가족들과 바람에 속삭이는 갈대들의 소리를 들어보자.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시작하자.

어느 날 새벽, 나는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이 보고 싶어 무작정 집을 나서서 동해로 갔다. 그리고 빨갛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장엄한 감격에 겨워 충만한 마음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와 아침 8시부터 녹화에 들어갔다.

그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났다.

자! 기자님들도 한 번 떠나시라. 하루 이틀, 우리가 없다고 세상이 안돌아 가는 것도 아니다. 충전하고 와서 또, 세상에 뛰어들자. 머리에 쥐나도록 찌든 삶을 잠시나마 벗어나자.

방송인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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