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청와대 비서관 글에 대한 반론
박 비서관이 경고한 시나리오대로 낙하산 인사 구본홍씨는 저를 포함한 YTN 기자 6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1980년 전두환 군사독재 이후 28년만에 일어난 대량 기자 해직사태입니다. 청와대 방송담당비서관으로 현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본인이 주장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비서관과 저는 기자협회보를 통해 일종의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 비서관의 말이 맞는지 제 말이 맞는지 법적 다툼에 앞서 지면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 진실을 가리고자 합니다.
YTN 노조와 구본홍씨의 대화가 결렬된 것은 지난 8월 19일. 박 비서관은 이튿날 8월 20일 오전 10시쯤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기자실 춘추관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춘추관에 찾아온 박 비서관은 대화 결렬과 관련한 노조 성명을 봤다면서 “YTN 노조가 이러면 곤란하다. 청와대는 구본홍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이렇게 되면 YTN 사람만 다친다”면서 노종면 노조위원장에게 이런 청와대의 뜻을 꼭 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박 비서관의 말이 온당치 않음을 알면서도 노조위원장에게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노조위원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저는 8월 20일 오후 23분 ‘박선규 방송담당비서관의 전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노조위원장에게 보냈습니다. 박 비서관의 주장대로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박 비서관과 제가 진실게임을 벌이기 40여일 전에 보낸 메일도 거짓이어야 합니다.
신통력을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기자가 40일 뒤에 일을 예견하고 미리 거짓투성이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먼저 8월 20일 노조위원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기자협회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박 비서관은 또 “우 기자와 여러 차례 만났다. 대부분 우 기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쪽이었다”며 8월 20일도 제가 먼저 전화를 걸어 박 비서관을 만나자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박 비서관과 여러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나 제가 먼저 만나자고 한 적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문제의 8월 20일도 박 비서관이 017-770으로 시작되는 청와대 휴대전화를 사용해 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8월 20일 박 비서관과 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공개하면 됩니다. 저의 통화내역은 기자협회에 공개하겠습니다. 또 박 비서관이 7월에서 9월까지 석 달간 통화내역을 공개하면 거기엔 저에게 건 10여 통을 포함해 구본홍씨나 구씨에게 줄을 선 YTN 간부들과의 통화내역이 수없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비서관은 자신의 주장대로 “청와대는 어느 누구도 YTN 문제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입증하려면 자신의 통화내역부터 공개하기 바랍니다.
또 저는 YTN 현 사태와 관련해 박 비서관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에게 편지와 이메일을 통해 YTN 문제에 도움을 요청한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실장과 대변인 모두 답변은 없었습니다. 정정길 실장께는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제가 YTN 사정을 알리는 편지를 드리니 편지 내용을 모르는 정 실장이 “이런 연애편지까지 주십니까?”하고 웃으면서 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박 비서관에게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바라는 바가 있다면 박 비서관이 저와의 진실게임을 법에 호소해 밝히는 것입니다. 제가 할 수도 있으나 구본홍씨가 인사위원회에서 구두진술권도 주지 않아 인혁당 재판보다도 참혹하게 저를 해고했고 경찰에 고소, 고발한 터라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법정에서라도 박 비서관의 말이 맞는지 제 말이 맞는지 가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제가 무슨 득을 보겠다고 절대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의 비서관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박 비서관은 지난 4월 총선때 서울 관악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20년 넘는 언론인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언론인에서 정치인이 된 박 비서관이 YTN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숨기고 싶은 심정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800명 YTN 직원과 그 가족들의 삶의 터가 구본홍씨와 박 비서관에 의해 풍비박산되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박 비서관이 떳떳하다면 진실과 정의를 위해 법정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밝히길 바랍니다.
우장균 Y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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