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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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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 세계 최대의 기업 GE와 역시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1백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워런 버핏은 미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미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를 보호하는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며 금융위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장면 둘 : 이를 받은 국내 언론은 지면을 통해 오바마의 현인 버핏이 맞을까, 헤지펀드의 대부 소로스가 맞을까를 두고 퀴즈문제를 내듯 보도했다. “모두가 공포에 질릴 때, 나는 점점 탐욕스러워진다”는 버핏의 말을 ‘팁’으로 제공하면서 말이다.
그럼 이를 본 독자들은 어떤 판단을 했을까? 유감스럽게도 버핏의 말에 위로 받은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투매한 주식을 수조원어치나 사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상반사고(相反思考)적 행동’이 단순히 이 기사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언론의 입장에서는 소정의 책임을 느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버핏이 GE에 투자한 이유는 GE가 아직은 신의 등급이라 불리는 신용등급인 AAA 등급을 받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만약 GE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그것은 사실상 미국의 국가부도와 같다. 따라서 제 아무리 GE캐피털의 부실이 심각해지더라도 버핏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GE에 대해서는 대마불사의 논리를 믿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버핏이 GE에 투자한 내용은 우선주의 신주 매입이며, 이 신주는 버핏의 투자에 대해 특별히 연 10%의 이자(배당)를 지급하고, 3년 후에는 매입가에 10%를 더한 금액으로 되팔 수 있는 풋백 옵션이 붙어 있으며, 만약 미국이 금융위기를 넘기고 GE의 주가가 회복된다면 당시 22달러였던 GE 주식을 5년 동안 22.55 달러에 30억달러어치를 언제든지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었다. 만약 이 정도 조건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는 바보이거나 돈을 벌 의사가 없는 사람이다.
셋째, 버핏은 독과점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인베스터다. 이 때문에 5대 투자은행 중 만신창이가 된 모건스탠리와 BOA에 인수합병된 메릴린치, 그리고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골드만삭스는 그의 탐욕이 발동하여 침을 질질 흘릴 수밖에 없는 먹잇감이다.
넷째,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커셔 헤더웨이는 보험사를 주축으로 지방은행, 그리고 투자은행까지 금융사의 지분을 광범위하게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로서는 금융사가 보유한 지분의 안정화를 가져오는 공적자금 투입은 곧 그에게 돈 보따리를 그냥 안겨주는 것과 같다.
반대로 ‘조지 소로스’는 헤지펀드 운용자다. 그리고 재산의 대부분은 자신의 펀드에 투자되어 같이 운용된다. 그리고 그의 헤지펀드는 공매도 등의 쇼트 포지션을 즐겨 구사한다. 아울러 소로스는 외환위기나 신용위기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화폐를 공격하여 환투기를 일삼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심지어 그의 투자철학인 ‘재귀이론’은 ‘파탄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기까지 하다. 따라서 신용보증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다른 헤지펀드와 달리 그의 입장에서는 신용위기는 그야말로 침이 줄줄 흐르는 ‘탐욕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 공적자금 투입은 극적인 수익의 기회를 원천봉쇄당하는 것이며, 그는 금융시장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야 천재일우의 기회를 되찾아 올 수 있다.
그럼 언론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바른 정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버핏 대 소로스 최후의 승자는’이라는 헤드라인을 단 기사. 이는 한손에 콜라를, 다른 한손에 빅맥을 든 채 나의 건강은 오로지 ‘콜라와 빅맥’ 덕분이라고 말하는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의 대주주를 마냥 칭송하는 기사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보도가 과연 독자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 정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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