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모욕죄 '비친고죄' 추진 안된다


   
 
  ▲ 지성우 단국대 교수  
 
최근 정부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의 범위를 기존의 접속건수 30만명 이상 인터넷 사이트에서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이트로 확대하는 한편, 형법상의 친고죄로 구성되어 있는 모욕죄에 대한 특칙으로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여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이와 더불어 모욕적 표현에 대해서는 인터넷 기업에 대해 임시제한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되 만일 인터넷 기업이 이를 그대로 인터넷 사이트 상에 방치하는 경우에는 모욕행위자와 함께 인터넷 기업에도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천명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는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그다지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본다.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행위 등은 일반적인 오프라인 상의 그것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해서 익명성에 기대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되고, 실명제가 실시된다고 해서 모든 게시판 등에 반드시 자신의 실명으로 글을 게재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형법상의 친고죄인 모욕죄의 특별규정으로 비친고죄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과 형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듯하다. 형법 제311조 및 312조 제1항 상의 일반규정이 모욕죄를 친고죄로 정하고 있는 것은 모욕죄의 구성요건 중 피해자의 모욕감정이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모욕적인 언사라 하더라도 피해자 측에서 이를 모욕이라고 느끼지 않으면 모욕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에 의하면 사이버상의 모욕죄에 대해서는 친고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비친고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피해자의 처벌의사 확인 없이도 수사를 시작하고 처벌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국민보호차원을 넘어 지나치게 후견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며, 개별 국민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셋째, 개정안에 의하면 게시판의 운영자 및 인터넷 기업들이 모욕적 언사가 게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경우에는 모욕적 언사를 행한 당사자와 함께 게시판 운영자나 인터넷 기업 등도 함께 처벌을 하겠다고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운영자 등은 잠정적으로 임시 접근제한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측에서 자신에게 모욕적 언사가 포함된 게시물임을 적시한 경우에는 이에 대해 게시판 운영자 등이 자율적으로 접근조치를 취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조치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게을리한 경우에는 게시판 운영자 등은 민사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수많은 게시물의 내용에 대해 게시판 운영자들이 모두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민사책임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의하면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게시물의 게시자와 함께 당해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운영자들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본래 가령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과 기업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양자간에 고용관계 등의 특별한 관계가 성립되어 한 당사자의 행위에 대해 관리책임을 물을 때 이용하는 입법방식이다. 게시물의 게시자와 인터넷 기업은 이러한 관계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만일 게시판 운영자들이 자신의 사이트에 게시된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된다면 게시판 운영자들은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당해 게시물이 모욕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최종적인 결론이 날 때까지 일단 당해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잠정적으로’ 제한조치를 취하는 것 같지만, 법원의 판단 등 복잡한 절차를 모두 거치면서 자신의 견해를 몇 달 후에 다시 게시하라고 요구하는 네티즌이 거의 없을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종국적인 삭제 결정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이 국가나 정부라면 결과적으로는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기능이 마비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한다. 물론 독약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두 버린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한 민주적 비판기능도 상실하게 된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정부의 정책을 건전하게 평가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도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성우 단국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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