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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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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재송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IPTV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IPTV사업자들은 의욕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정부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IPTV 3사는 2012년까지 설비 투자 및 콘텐츠 확보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향후 5년간 일자리 3만6천개가 생기고 8조9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신규 뉴미디어인 IPTV가 KBS나 MBC 같은 거대 지상파 방송보다도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도 어렵고 실업자가 줄줄이 늘어나는 마당에, MB정부의 말을 빌리면 소위 ‘국가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된다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과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이 나서서 지상파 재송신을 강요(?)하는 것쯤은 눈감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IPTV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케이블TV가 유료방송시장을 저렴한 시청료로 싹쓸이하고 있는 마당에, 인기콘텐츠도 없이 케이블TV를 상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상파 재송신 이전에도 1백50만의 VOD가입자를 확보하여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VOD시장과 다채널유료방송시장은 다를 것이 자명하다. 다채널유료방송시장은 케이블TV가 발달하면, IPTV는 물론이고 위성방송까지도 발전하기 힘든 제로섬게임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초고속인터넷, 전화와의 끼워팔기 과잉경쟁으로 콘텐츠 투자와 영상산업의 발전이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위성방송과 DMB 때도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관련기관에서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며 칭송하던 때가 있었다. 뉴미디어가 시작되면, 으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나서서 경제적 수치를 거론하면서 바람을 잡았고, 사업자와 정부는 이를 근거로 유망한 사업이라고 선전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위성방송과 DMB의 실정은 누적적자가 수천억원에 이를 만큼 참담한 지경이 되었다. 국책연구소와 사업자, 그리고 정부가 애드벌룬을 띄우는 저간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낙관적으로 전망하여야 기술개발자금과 투자비용이 유치되고, 정부로서는 정책홍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다시 IPTV에 대한 장밋빛 낙관론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예측한 IPTV의 국내생산유발효과는 사업시작단계인 2006년에만 7천8백46억원으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IPTV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006년에 6백74억원으로 ETRI 전망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보수적 전망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유발효과도 ETRI가 5조1천7백18억원인 데 반해,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조1천6백5억원으로 전망하였다. 최근에는 또다시 수정치를 내놓고, 이를 비판하는 신문사와 사실 및 근거논쟁을 일삼고 있다. 조사기관과 방법, 그리고 프로젝트의 수주목적에 따라 신규미디어 서비스 도입이 낙관적으로 부풀려지고 있는 것이다.
낙관적 사업전망은 외부투자자 유치와 담당임직원들의 입지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경쟁사업자의 불필요한 견제를 유도하고 규제기관의 과도한 공익적 의무를 부과 받을 수 있다. 특히 케이블TV가 유료다채널시장의 80% 이상을 선점한 상태에서 신규사업자인 IPTV사업자가 이의 경쟁상대가 되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히려 보수적 시장전망과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시장진입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IPTV가 성공하여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인위적 개입의 자제를, 국책연구소는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고, 사업자는 정직한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더 이상 장밋빛 낙관론으로 뉴미디어의 정책적, 사업적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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