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는 광대일뿐 오해 마시라

방송인 김미화 '언론다시보기'


   
   

대통령 꿈을 꾼날 복권을 사서 당첨된 사람도 있으니, 실제로 대통령을 만나뵐 수 있다면? 이건 대단 한 거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단한 행운을 타고난 사람임에 틀림없다. 역대 대통령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청와대 구경도 해보고, 음식대접도 받았다. 이는 내가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25년동안 코미디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대통령 복’이 많았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부르는 행사는 무조건 갔었다. 대통령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왜 놓치나? 지금생각해보니, 많이도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쓰리랑 부부’로 인기를 끌었던 80년대 중반부터 드나들기 시작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도,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영빈관에서, 청와대 앞 잔디에서, 참 많은 행사를 진행했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부르면 시간에 맞춰 들어갔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에도, 대통령과 함께 영화를 보자는 제안에 얼씨구나 하고 달려갔었다.

대통령과 앞뒤로 앉아 영화를 보고 생맥주도 한잔하고, 악수까지 하고, 신이 났었다.

어느 국민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싫어할까 만은, 내가 대통령들과의 만남을 특히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부러워하는 코미디언이 한명 있는데, 미국의 밥 호프라는 코미디언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코미디언이고, 대통령이 사랑하는 코미디언이다.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건 광대 에게 큰 영광이다.

봅 호프가 나이 들었을 때, 국민들을 위해 웃겨준 공로를 인정받아 백악관에서 생일축하파티를 열어주곤 했다. 나는 그 모습을 생중계 해주는 티브이를 보면서 그가 부러웠었다.

그리고, 나도 꿈꾸게 되었다. 아! 나도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광대가 되고 싶다. 나도 국민을 웃긴 공로를 인정받아 내가 늙으면 청와대에서 칠순파티를 할 수 있었음 좋겠다. 다행이,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코미디언으로써 사랑을 받지 못한 적이 없었다.

1983년부터 2008년 지금까지, 나는 내 삶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이십오년 동안 쉬어본적 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일까? 정치색을 가진 신문에 노무현 전대통령 덕으로 내가 잘 나가고 있다는 기사가 뜬금없이 심심하면 한번 씩 나온다. 나는 이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지난 5년 동안만 내가 잘나갔다고? 대중 연예인 이란 재료가 손님들에게 얼마나 맛있는 재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었던 주방장이 싱싱한 속 재료가 다 떨어져서 가짜 중국산 재료로 상추 잎 모양도 만들고 토마토 모양도 만들어, 마치 딜리셔스샌드위치 인양 손님들에게 내놓은 꼴이다. 보수신문이던 진보신문이던 나랑은 상관이 없다, 나는 코미디언이니까.

“그냥 참자, 사실이 아닌걸 뭐!”라고 하기엔 요즘 인터넷신문도 너무 많고, 종이신문도 너무 많아져서 이름조차도 생소한 신문들도 많다.

일일이 대응하기조차 힘에 버거울 정도다. 전화해서 항의하고 내리는데 한세월이 걸린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 한다는 것은, 정치를 다루는 것이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후배 유재석 과 박명수가 게스트들을 불러다 실컷 웃겨놓고 박수를 치면서 박자 맞춰 부르는 유행어 가있다. “꽁트는 꽁트일 뿐 오해 하지 말자!” 나도 박자 맞춰 외치고 싶다. “광대는 광대일 뿐 오해 하지 말자!”


방송인 김미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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