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인터넷에 제공하는 뉴스는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 속도 경쟁은 통신사나 지역 블로거들을 따라잡기 어렵게 됐다.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를 직접 보고 들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뉴스룸 종사자들의 가치가 발견되지 않는 웹 뉴스는 그야말로 존재감이 없다. 똑같은 스트레이트 뉴스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뉴스 소스들을 이기기 어렵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국내 인터넷 뉴스유통시장을 지배하는 네이버가 선보인 뉴스캐스트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언론사 뉴스룸과 그 종사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첫째, 차별화한 뉴스의 부재다. 예를 들면 연예인과 경기결과를 다루는 기사다. 다른 시각과 포맷을 제공하는 언론사가 눈에 띄지 않는게 현실이다.
둘째, 이용자들의 로열티보다는 양적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웹 비즈니스의 한계상 이용자 규모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현재의 양상이라면 언론사로 유입되는 이용자의 대부분은 허수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은 경쟁매체와의 트래픽 싸움으로 요란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수준 있는 뉴스를 기대하는 이용자와 시장의 바람은 온데간데 없다.
물론 웹 뉴스에 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현실적 걸림돌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른 매체와 똑같은 승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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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가 론칭한 ‘조엔’. 편집국 기자들과 온라인 기획자들이 힘을 합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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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사에서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지난 11일 론칭한 엔터테인먼트 뉴스 채널 '
조엔(CHO-EN)'은 편집국 기자들의 열정이 밴 것으로 기존 온라인 뉴스룸의 연예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래도록 대중문화 기사를 써온 편집국 기자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중 스타 필진도 확보하고 심층 뉴스라는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와 관련 디지틀조선일보 관계자는 "온라인 컨셉트로 설계됐다"면서 오프라인 관점이 탈색돼 있음을 강조했다.
더구나 오프라인 기자가 웹 뉴스 채널의 편집장을 맡은 것은 해외 신문의 온라인 에디터 겸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투자규모가 적은 중소규모 신문들 중 서울신문의 의지도 남다르다. 인터넷과 지면을 함께 고려한 기획 시리즈를 온라인뉴스룸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초 서울신문이 선보인 온오프라인
공동기획 연재물은 특파원까지 활용하는가 하면 영상 서비스까지 곁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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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의 기획 시리즈. 온라인뉴스룸의 열정에서 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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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부 관계자는 “편집국과 사전 협의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면서 “
파리 특파원이 영국에 건너가 동영상 취재까지 하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기자들도 온라인 뉴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부 소속 기자들이 2주일에 1회 ‘뉴스다큐 시선’이란 제목의 영상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이같은 접근에서 주목할 점은 편집국내 고참 기자들의 참여다. 그동안 뒷짐만 진 채 웹 뉴스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 온라인 뉴스 수준 제고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처럼 뉴스룸에서 웹 뉴스의 질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것은 분명 과거의 맹목적인 뉴스 속도전, 무분별한 영상 서비스와는 전혀 맥락이 다른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볼 점이 몇 가지 있다. 웹 뉴스 기획은 인터넷 그 자체를 염두에 두는 것이긴 하지만 오프라인과의 연계도 감안해야 하고 특히 뉴스룸의 역량을 따져봐야 한다.
첫째, 서비스의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새로운 웹 뉴스 서비스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트래픽이 목적인가, 아니면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 접근인지 결론이 필요하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이후 늘어난 방문자수가 언론사 광고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부 언론사도 있지만 그 성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따라서 새로운 뉴스 서비스 기획이 뉴스룸 종사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단지 ‘트래픽=수익’이라는 도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다.
모든 웹 뉴스 기획은 기자들이 확보한 전문성을 통해 시장내 ‘지명도’와 ‘비중’을 넓히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이면 그것은 뉴스룸의 블로그 채널 더 나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계하는 일로 다뤄져야 한다.
둘째, 온라인 뉴스룸은 이것을 역동적으로 디자인하는 부분을 맡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뉴스 서비스에 테크놀러지를 적절히 개입하는 일이다. 이것이 없는 웹 뉴스 기획은 무의미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론칭한 '
타임스페이스(TimeSpace)'는 인터랙티브 맵을 활용한 뉴스 스토리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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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의 타임스페이스. 테크놀러지와 뉴스는 결합돼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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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이 세계지도 위에 표시된 다양한 기사 관련 버튼을 클릭하면 그 지역(국가) 지도 상으로 이동하게 되고, 다시 그 지도 위에는 구체적인 지역과 뉴스를 연계해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구글맵과 위치 태그를 결합한 '타임스페이스'는 한 마디로 워싱턴포스트디지털이 보유한 수준 높은 구현 기술로 이미 몇 차례 선거 관련 뉴스에서도 완벽히 적용된 바 있다.
이런 서비스는 뉴스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과 관심도를 끌어올려 사이트 체류시간은 물론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뉴스 아트(art)에 해당한다.
웹 뉴스를 어떻게 펼쳐 보이느냐에 따라 똑같은 기사라도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부의 기사 소스가 부족하더라도 제휴 통신사, 네트워크상의 블로그 등 다양한 뉴스 소스들을 연결하는 등 개방형 설계다.
셋째, 개방형 설계에서 결정적인 것은 뉴스룸의 인적 풀(pool)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사실 웹 뉴스 기획의 전부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품는 것에서 출발하고 마무리된다.
최근 트렌드에서 나타나는 커뮤니티 기반의 뉴스 서비스와 웹 사이트 구축은 이른바 네트워크 미디어 세계에 어떻게 편입하느냐는 것과 직결된다. 지역기반의 NGO사이트와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파워 블로거들은 좋은 파트너들이다.
이를테면 산업부(IT부) 기자들이 접촉한 경험이 있는 유수의 기업과 그 관계자들의 지도를 설계하고 이들이 가진 정보(information), 상품(products)과 그것의 리뷰를 담은 평론가들-블로거들을 합치는 것이다.
여기서 준비된 테크놀러지는 빛을 발한다. 다양한 태그들과 연동된 검색 엔진, 인터랙티브 맵, 이미지 및 비디오 플레이어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시장을 지배하는 전문 기자들(specialist)의 멀티 플레이다. 네트워크의 인맥을 관리하고 기술을 통제하며 미적 감각을 발휘하는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협업이다.
따라서 웹 뉴스 서비스의 설계는 시장과 뉴스룸 여건을 고려한 뒤 서비스의 가치와 지위를 결정하고, 웹 테크놀러지를 삽입한데 이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접점을 확보하는 ABC가 담보돼야 한다.
그동안 국내 뉴스룸이 이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시민참여저널리즘에 자극받아 주요 언론사들이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자단을 유치하거나 ‘블로그’ 채널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이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획 그 자체의 오류라기 보다는 매체력과 매체의 시장내 가치에 대한 오판에서 기인한다.
사실상 모든 언론사들이 소셜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지만 주요 언론사들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그것은 웹 뉴스와 그 서비스가 철저한 정보 검증, 특히 저널리즘의 평가로 걸러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내에서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한 언론사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웹 뉴스 기획의 정점은 바로 매체의 가치를 철저히 검증하고 고급 저널리즘으로 접근하는 데서 발휘된다. 또한 그것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킨 매체에게 더 많은 과실을 돌려줄 기회를 갖는다.
언론시장 좁게는 웹 생태계의 독과점, 쏠림이 문제라기보다는 치열한 산고 끝에 마련된 웹 뉴스 기획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국내 저널리즘의 취약성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시장과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뉴스룸의 성찰과 투명한 소통이 시작돼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뉴스콘텐츠의 재설계(III)에서는 온오프라인 뉴스룸 내부 종사자들의 협업단계 등 웹 뉴스 기획의 구체적 방법론을 살펴 봅니다.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
[email protected]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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