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인터넷 뉴스의 전환

최진순 기자의 온앤오프<39>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인터넷 뉴스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언제쯤일까? 시기적으로 보면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영상 뉴스 자원을 활용하는 기획이 두드러졌다.


이 중에는 버버리 코트를 입고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리포팅을 하던 엄기영 앵커를 21세기에 환생시킨 MBC 'iMNEWS'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던 것이 2007년 전후로 지상파방송사 닷컴에서 좀더 적극적인 행보를 펼친다. TV 방송 프로그램 자원과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정보를 활용하는 식이었다.



지난해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SBS의 분투가 인상적이었다. SBS 보도국과 SBSi는 TV가 다루는 정보를 인터넷 뉴스로 전환하는 실험을 계속했다. 그간 UCC, 콘텐츠 유통 등 비즈니스에 관심을 경주했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다.



이를 방송사별로 보면 약간씩 다른 경향을 띠고 있다. KBS는 소규모지만 인터넷용 뉴스 서비스를 ‘상징적으로’ 하는 수준이다. 온라인 뉴스룸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인력 및 투자규모가 열악하다.



물론 KBS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해 아나운서를 비롯 보도본부 디지털뉴스룸 기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전용 콘텐츠 생산이 확대됐다. 2007년 ‘火난 사람들(1년 5개월간 지속됐다)’, 2008년 ‘뉴스풀이’, ‘한석준의 왈가왈부’, ‘이광용의 옐로우카드’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닷컴사의 인프라와 기술지원을 중심으로 정보의 믹싱과 가공이 활발한 곳이 MBC다. 2005년부터 과거 뉴스 자원을 디지타이징한 이후 1980년대 ‘뉴스데스크’를 ‘그 뉴스’로 환생시켰다. 인터넷 이용자를 위한 재가공 서비스라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2007년 초 ‘20년전 뉴스‘ 컨셉트로 ’M-People’을 론칭했다.



또 2007년 후반에는 ‘보다 깊은 정보'를 모토로 시사교양 부분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낸 'TV속 정보'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에는 iMBC 자체 기자들이만드는 TV프로그램 관련 정보 서비스인 ’TVian'을 선보였다.



그러나 MBC의 뉴스 서비스는 전통적인 잣대로 보는 ‘뉴스’는 아니다. 기자들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현안을 다루는 것도 아니다.

SBS의 경우 ‘김연아'와 ’우주인‘ 독점을 앞세워 다양한 정보 자원을 편집, 인터넷으로 뉴스화하면서 지상파 방송사 인터넷 뉴스 서비스에 이정표를 세웠다.



   
 
  ▲ 방송사 인터넷뉴스의 변화  
 
김연아 선수와 관련된 인터넷 뉴스의 경우 종전에는 콘텐츠 생산그룹이 아니었던 현장 중계진도 참여했고, 보도국 인터넷뉴스팀의 협업 체제가 꾸려지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물론 보도국 기자들이 핫 이슈를 위해 별도로 인터넷 기사 생산에 가담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신문사보다 훨씬 콘텐츠 자원이 풍부한 방송사 온라인 뉴스룸은 과연 뉴스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 앞에 직면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보고 싶어하고 알고자 하는 뉴스는 지상파 방송사 정규 뉴스 프로그램의 그것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드라마, 쇼, 스포츠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정보도 인터넷 ‘뉴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SBS 보도국 인터넷뉴스부가 SBS TV동물농장 방영분을 소재로 인터넷 뉴스로 재가공한 것. 4분 48초짜리 비디오 클립으로 편집됐고 상세한 설명이 텍스트로 추가됐다. 이것은 SBS 뉴스채널의 연예섹션 페이지에 분류됐다. 이것은 '뉴스'가 재정의 된 것이다.  
 
최근 방송시장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저비용 콘텐츠 생산 필요성이 생겨 안팎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도국 기자들의 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교양, 예능 프로그램들을 얼마든지 재가공할 수 있는 것이다. 라디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뉴스룸의 이중 잣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콘텐츠 재가공시 들쑥날쑥해질 수 있는 퀄리티를 고려할 때 1분~3분 내외의 영상과 거기에 합당한 풀 텍스트의 분량도 정해져야 할 것이다.



굳이 풀 텍스트 처리가 필요 없는 스포츠 중계 영상은 텍스트를 만들어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예능, 교양 프로그램의 한 부분을 콘텐츠로 만든다면 좀 더 상세하게 구성해야 한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들에 대한 일종의 봉사다.



신문사건, 방송사건 온라인 뉴스룸의 구성원들의 면면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지면과 방송 기자들이 온라인으로 합류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 방송사 인터넷 뉴스의 전략  
 
이들이 생각하는 인터넷 뉴스는 웹 생태계와는 큰 격차가 있다. 올드미디어 기자들은 아직도 뉴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A다”라는 규정을 깔고 있는 20세기 기자들에게 온라인 뉴스룸 경험을 쌓게 하는 인사(人事)는 백번천번 옳다. 그러나 적어도 귀는 열어두는 사람으로 선별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뉴스룸에 들어온 올드미디어 기자들은 온라인 뉴스룸의 기획자들과 엔지니어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또 온라인 뉴스룸의 실책만 꼬집는 오프라인 뉴스룸 기자들도 지상파 독점 시대의 뉴스 ‘기본기’를 내세우며 정작은 온라인 저널리즘의 지평을 망치는 주범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실 YTN의 ‘돌발영상’처럼 인터넷 뉴스를 둘러싼 이용자들의 호응은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방송사 뉴스를 인터넷으로 전환할 때는 더 많은 공유와 경험이 가능하고 더 많은 재활용과 분석이 필요한 소스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예를 들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엔딩 멘트도 MBC 온라인 뉴스룸이 전략적으로 다뤄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 최근 '국민앵커' 칭호를 얻고 있는 MBC뉴스데스크 신경민-박혜진 앵커의 멘트는 MBC 온라인 뉴스룸의 훌륭한 뉴스 자원이다.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TV라디오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스타를 보유한 MBC 온라인 뉴스룸이 이를 인터넷 뉴스로 가공하지 못하는 사이 시청자인 인터넷 이용자들이 그 몫을 하고 있다. 이것은 뉴스룸이 훌륭한 '뉴스'를 사장(死藏)한 것이다.  
 
특히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정보로 구성하고 뉴스 페이지에 펼쳐 내기 위해서는 뉴스룸내 합의된 문화가 필요하다. 가령 KBS2TV '1박2일-시청자와 함께‘편도 얼마든지 인터넷 뉴스 콘텐츠로 제작이 가능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인터넷 뉴스와 서비스를 고민하는 사람이 온라인 뉴스룸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아직 네이버 뉴스캐스트나 포털 뉴스, 이용자 정서를 알고 있는 보도국 기자들조차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한다.



이런 열악한 뉴스룸의 여건이 BBC, CNN, MSNBC 같은 전문적인 방송사 뉴스 사이트 탄생을 저해하는 이유라고 보는 것은 가혹한 진단일까?



분명한 것은 단지 시장 환경, 웹 생태계의 차원이 아니라 결국 지상파 방송사 뉴스가 인터넷에 적합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도국 문화, 저널리스트의 철학이 전환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뉴스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전략수립도 병행돼야겠지만 말이다.




* 다음 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룸의 구체적인 협업 과정을 짚어 봅니다.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기자 [email protected]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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