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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뉴스 헤드라인은 뉴스룸과 저널리스트의 영혼이다. 생각해보라. 완성된 뉴스의 마지막 저고리를 여미는 순간인 헤드라인 뽑기가 엉성한 수작에 불과하다면 어떤 독자가 사랑할 것인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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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뉴스 헤드라인은 뉴스룸과 저널리스트의 영혼이다. 생각해보라. 완성된 뉴스의 마지막 저고리를 여미는 순간인 헤드라인 뽑기가 엉성한 수작에 불과하다면 어떤 독자가 사랑할 것인가 말이다.
언론사 웹 사이트의 헤드라인은 독자들에게 첫 인상을 주는 것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헤드라인(headline)은 신문기사의 표제, 제목을 의미하는데, (온라인)뉴스 소비와 관련 대부분의 독자들이 헤드라인만 읽고 뉴스 소비(본문 읽기) 여부를 결정한다는
연구물들을 감안할 때 그 중요성은 아주 높다.
헤드라인이 없다면 독자들은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 있다. 독자들은 헤드라인이 눈에 띄지 않거나 불만족스럽다면 언론사 웹 사이트의 나머지-다른 뉴스는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언론사 뉴스룸이 헤드라인을 놓고 독자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묘안들을 짜내는 것은 당연하다.
명백한 진실은 좋은 헤드라인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충실히 전하는 창문이 된다는 점이다. 본문 기사를 읽도록 하는 매력적인 장치로 제 역할을 다할 때는 더욱 그렇다.
잘 만들어진 헤드라인은 본질적으로 독자들에게 일종의 보상을 해준다. 가령 많은 뉴스-정보를 읽도록 한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뉴스를 서비스하는 언론사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렇게 뉴스 헤드라인과 독자간의 관계는 뉴스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 브랜드에 대한 평판을 끌어 올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뉴스 헤드라인을 뽑는 것이 좋을까. 우선 헤드라인이 어떤 시장을 상대로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정치 관련 뉴스인데도 엉뚱하게 과학 용어를 갖다가 헤드라인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뉴스 그 자체와 언론사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헤드라인을 작성해야 한다.
일단 현재까지 등장한 온라인 뉴스 헤드라인 중 흥미로운
몇 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다. "~가지 이유"가 대표적이다. 출판되는 서적에도 이러한 제목들을 다는 것이 마케팅에 기여한다는 속설이 있다.
둘째, 독자들의 정체성, 삶과 관련된 질문을 다는 경우다. "당신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습니까" "무엇이 두려운가요?" 따위다. 일반적으로 독자의 관심사들은 공유할만한 지점이 있다.
셋째, 독자들에게 교훈이 되거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을 배우는 방법", "~을 위한 가이드",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모든 것" 류다.
넷째, 비밀, 신비주의를 자극하는 헤드라인도 적지 않다. "~비밀 폭로", "처음으로 공개", "의문의~" 따위다.
다섯째, 순간적, 찰라적인 헤드라인이다. "5분내~", "지금 이 순간", "즉시~" 등이다. 이런 헤드라인은 독자들에게 긴박감을 준다.
여섯째, 아주 쉽고 보편화한 느낌을 제시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 "손쉽게 ~수 있는" 것들이다.
일곱째, 단순히 소개하는 내용이다. "곧 공개", "~에 대한 소개", "유용한 것", "~의 팁" 등이다.
여덟째, 돈과 관련된 헤드라인은 뉴스 독자들을 열광(?)시킨다. "100% 환불", "4배 더 높은 이윤", "~재테크~비결" 같은 것이다.
아홉째, 경험담, 테스트 결과 등을 포함하는 형태다. "~을 써봤더니", "~믿기지 않는...", "놀라운...", "환상적인~" 류다.
열째, 사진과 그래픽을 동원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캡션-소개 내용과 부제목을 조화롭게 구성해야 한다.
물론 이런 헤드라인들은 하나의 고정된 패턴이라기보다는 점점 진화하기 위한 기초라는 점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헤드라인이 일정한 형식주의를 띠는 순간 독자들은 더 이상 달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헤드라인 뽑기를 고민해야 하는데도 '제목 장사'에 열중인 국내 언론사 뉴스룸에게 미국의 저명한 카피라이터 봅 블라이(Bob Bly)의 최근 저서 '카피라이터 핸드북(The Copywriter's Handbook)'에 담긴 내용들은 좋은 가이드가 될 듯 싶다.
그가 제언하고 있는 내용들을 국내 현실에 맞춰 뉴스 제목 사례와 곁들여 나름대로 해석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헤드라인은 본질을 꿰뚫어 압축적으로 표현해낼 때 의미가 있다.
비정규직은 역시 ‘소모품’이었다,
심판론 들고 ‘30~40대 야당표’ 귀환(이상 한겨레신문 5월1일자 온라인판) 등이다.
둘째, 간접적인 표현방식을 택한 헤드라인은 독자들에게 지적 유희를 제공한다. 온라인에는 더욱 그러한 방법이 쓰인다.
오만한 권력은 망한다(내일신문 5월1일자),
변신의 귀재 바이러스…‘진정한 공포’는 멀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온라인판 5월1일자)가 좋은 예이다.
셋째, 뉴스가 다루는 내용을 잘 담고 있어야 한다. 제품의 상세 정보, 사실 관계, 정책의 핵심 부분, 개선된 사항, 평판, 전망 등이 담기는 것이다.
힘센 후보·제1야당에 몰아줬다(내일신문 5월1일자), "
아이에게 일부러 쉽게 말할 필요 없어"(세계일보 5월1일자)는 돋보인다.
넷째,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이 '어떻게...할 수 있다' 류의 헤드라인이다.
해킹, 어떻게 예방하고 대응해야 하나?(보안뉴스 5월1일자 온라인판), 해외 펀드수익 다시 악화…어떻게 대처할까(동아일보 2월24일자)처럼 방법을 제시한 뉴스를 소개하는 제목이다.
다섯째, 의문형(퀘션 마크 '?')을 붙이는 헤드라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독자들이 답변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그 자체가 완벽한 질문이 돼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혼자 집에 있을 때도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가?, 따위가 그렇다. 동아닷컴 뉴스캐스트 1일자 제목 "'검찰 패’ 엿본 盧측 자신감?"은 앞의 것에 비해 다소 직관적이지 않지만 역시 흥미진진한 헤드라인이다.
여섯째, 명령조의 헤드라인은 강력하고 동적인 의미를 담은 동사를 내세우며 독자들을 자극한다. 외국기업, '생존형 버티기' 아닌'성장 돌파구'를 만들어라(한국일보 08년 12월30일자), 신흥시장을 공략하라(문화일보 4월7일자)처럼 역동적인 느낌을 앞세운다.
일곱째, 이유를 묻는 헤드라인은 명백하고 웅장한 메타포를 던진다. '오픈소스 소포트웨어가 MS를 격퇴하는 2백가지 이유'처럼 말이다. 박찬호가 선발에 잔류하는 이유(한국일보 4월27일자), 서점가에 메이크업북이 열풍하는 이유(4월10일자) 등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건드린다.
여덟째 가장 가치 있는 형태가 제안 류의 헤드라인이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생수를 마실 것", “불경기에 귀농은 어떨까요”(서울신문 08년12월3일자)로 독자들의 일상, 목표 따위를 돌아보게 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그런데 뉴스 독자들은 국내 언론사가 다는 헤드라인에
후한 점수를 내리고 있지 않다.일부에서는 언론사들의 네이버 뉴스캐스트 헤드라인
패턴을 몇 가지 형태로 정리하고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술책'으로 비판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빠져 헤드라인을 관성적으로 처분할 때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제목으로 하는 트래픽 장사는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기사 내용이라도 헤드라인이 시원찮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온라인이지만 중요한 것은 헤드라인에도 원칙과 철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기사 내용의 핵심을 잘 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언론사에 대한 매력도, 충성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온라인 뉴스 헤드라인의 새로운 지평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기자
[email protected]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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