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언론사들이 종전의 뉴스 생산 업무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뉴스 생산 패러다임의 변화는 24시간 뉴스룸(Continuous News Desk)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정된 기사 데드라인이나 편성 테이블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위해 뉴스와 그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24시간 뉴스룸은 결과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우선 상당수 신문사는 온라인 뉴스조직의 저널리스트를 채용하는 데 있어 엄격해지고 있다. 현재의 뉴스룸 업무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어렵고 기자 선발 패러다임 역시 큰 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온라인 뉴스조직에 우수한 인력 확보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뉴스조직 경쟁력 제고 나서
상대적으로 온라인 뉴스조직 인력 확보를 등한히 했던 국내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점점 온라인 저널리스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온라인 특종을 터뜨리며 기염을 토한 스포츠서울닷컴의 원동력은 뉴스팀에 기자들을 대거 강화하는 등 온라인 뉴스조직을 키운데서 나온다는 평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 뉴스조직을 맡고 있는 한경닷컴은 2~3년 전부터 취재 경력 5년 이상의 온라인 저널리스트를 선발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룸의 질적 성장을 위해 우수한 인력을 뽑으려는 신문사들의 의지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속보국을 신설한 매일경제의 경우 대부분을 경력직으로 구성했다. 온라인 뉴스조직을 (사실상) 종이신문 편집국이 관리, 운영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 등 종합일간지들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 기자들을 순환근무 형태로 온라인 뉴스조직을 경험시키도록 하는 흐름도 정착하고 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는 기자들은 뉴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즘과 온라인 저널리스트에 대해서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이들을 단지 온라인 뉴스조직을 거쳐 가는 일과적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전체 뉴스룸의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가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해외의 매체들처럼 베테랑 기자들-차기 편집국장감을 온라인 뉴스 조직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들도 잇따르고 있다.
온-오프라인 협업의 전 단계들
더 나아가서 오프라인 뉴스룸과 온라인 뉴스룸의 기자들을 구분 없이 만드는 작업들도 확대되고 있다. 그것은 뉴스 발신의 첫 기착지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아닌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많은 언론사에서 스트레이트 뉴스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 트렌드이다.
종이신문 기자들의 경우 떠맡겨진 고정 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용 속보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저항으로 결국 종이신문 기자들의 온라인 속보 생산 업무는 온라인 뉴스 조직이 전담하거나 오프라인 뉴스룸내 전담팀에서 해결하는 양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뉴스룸이 오프라인 뉴스룸 및 기자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지위를 갖느냐는 점이다. 여전히 국내 언론사 대부분은 온라인 뉴스룸이 종속적이고 하부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나 독립적이고 상호적인 역할과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 뉴스를 매만지는 모든 종사자가 뉴스룸 안에서 저널리스트로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창조적인 뉴스와 그 서비스를 만드는 원천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종전의 기자와 비기자 직군들이 상호 업무에 대한 이해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경영진은 그러한 배경을 제공해야 한다. | ||
적어도 24시간 뉴스룸에서는 소속 매체의 경계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격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슈퍼 데스크에서 효과적으로 뉴스의 배치와 유통을 고려하는 한 콘텐츠를 매만지는 종사자들은 모두가 저널리스트들이다.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뉴스룸의 조직은 더욱 기능적으로 세팅(setting)될 필요가 있다. 웹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기획자들은 기자들과 동등하게 활동하고 심지어 이들과 교섭할 수 있도록 뉴스룸 내에서 훨씬 더 많은 직책과 결정권이 부여돼야 한다. 뉴스의 변화는 생산의 영역이 아닌 유통의 영역에서 그 가치가 매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뉴스를 생산하기만 해온 기자들에 의해서는 한계가 있다. 오래도록 시장 위에서 군림하는데 익숙한 국내 오프라인 뉴스룸의 기자들의 태도를 고려할 때 뉴스의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뉴스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해 이해력이 높은 온라인 저널리스트들과 협력하지 않고서는 창조적인 뉴스 서비스란 불가능하다.
어떤 뉴스가 오디언스를 매료시키는가
현대의 뉴스룸을 둘러싸고 명백해지는 부분은 종전의 플랫폼인 종이신문, TV가 갖는 영향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 쌍방향적인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집단지성으로 상징되는 뉴스 소비자들의 힘은 커지고 있다. 단골 고객이 넘쳐 나던 시장은 붕괴되고 전혀 새로운 시장을 상대하는 뉴스룸은 이 시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드 미디어의 핵심 역량은 여전히 非온라인에 집중되고 있다. 신문과 TV가 내놓을 수 있는 인재그룹은 뉴스룸 안에 있지만 이들이 온라인 시장과 접촉할 기회를 마련하는데 인색했기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올드미디어는 완전히 외톨이였다. 그 자리를 포털사이트가 치고 들어왔고 뉴스는 생명력을 잃은 포털 전시장의 소모품이 됐다.
뉴스 상품의 희소성이 엷어지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획득된 브랜드 파워는 실종됐다. 기자들은 수많은 온라인 저널리스트-시민기자, 블로그, 심지어 트위터(twitter)에 의해 무시되고 조롱당하고 있다. 그렇게 참담해진 기자들의 면전에는 “이것도 뉴스냐, 뉴스를 제대로 만들어라, 더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뉴스가 없는가, 심층적인 뉴스 서비스를 창조하라” 등등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재가공되거나 독자적으로 생성된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 클립들에는 수십만, 수백만명이 빠져들지만 하루종일 TV프로그램을 편성한 지상파의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신문 기사는 더 많은 링크들-주석(註釋)을 대신하는-과 견해들-트랙백, 댓글-로 갈기갈기 찢겨지고 있다.
뉴스룸 종사자들은 창조적인 뉴스란 무엇인가란 질문들을 받는다. 창조적인 뉴스란 첫째, 시장과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상업성) 둘째, ‘나’를 만족시키는 것(개인화, 맞춤뉴스) 셋째, 참여와 소통의 장치를 부착한 것(쌍방향성-커뮤니티) 넷째, 개방의 고리를 갖고 있는 것(다층적 구조-하이퍼링크) 다섯째, 객관적 판단을 돕는 것(지식정보의 완결성) 등으로 이뤄진다.
이런 뉴스를 생산하지 못하는 올드미디어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뉴스란 평판의 상품이다. 영화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에게 몰가치하고 몰염치한 뉴스라고 재단되는 순간 뉴스룸에서 부단히 만들어내는 뉴스가 처박히는 곳은 휴지통일 뿐이다. 뉴스가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뉴스룸이 저널리즘의 퀄리티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사전기획부터 서비스까지의 협업 ; 커뮤니티의 경우
최근 중앙일보(조인스닷컴)가 내놓은 ‘뉴스맵’ 서비스는 해외 매체들의 매시업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걸음마 수준이지만 뉴스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뉴스와 지도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뉴스룸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다.
좀더 많은 창안들이 뉴스룸 안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뉴스의 사전 기획단계부터 온라인 뉴스룸 종사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사실 온라인 뉴스조직 안에는 어떤 뉴스가 효용성이 높은지를 알고 있는 저널리스트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 신문, TV의 뉴스룸 간부들과 경영진들은 이들을 여전히 말단의 엔지니어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새로운 시장에서 요구되는 유력한 저널리스트들이다.
첫 번째 명제. “뉴스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을 저널리스트로 명명하라”
뉴스 아이템을 고민하는 신문, TV 기자들과 온라인 뉴스룸의 기획자, 커뮤니티 담당자, 웹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같은 엔지니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일 오전 뉴스 기획회의 때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 뉴스룸의 종사자는 만나야 한다. 정례화해야 한다. 뉴스룸 내의 소통이 차단돼 있을수록 결정적으로 커버린 온라인 시장과는 상관 없는 뉴스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과 TV뉴스룸 내부에 독자와 시청자와 상대하는 소통부서가 존재하지 않는 국내 뉴스룸의 현실을 고려할 때 뉴스룸 외부와의 원활한 소통도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 저널리즘(Community Journalism)'이란 말이 미국, 유럽 저널리즘 사회를 매료시키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뉴스룸의 관계를 밀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단순 정보에서 그치던 20세기의 뉴스의 시대는 저물고 테크놀러지, 흥미진진한 드라마, 멀티미디어 포맷, 소통을 함께 제공하는 풀 패키지 시대가 왔다. 이제 뉴스는 풀 패키지다. | ||
두 번째 명제. “뉴스는 패키지(package)이며 패키지 안에는 기술, 아이디어, 지식정보가 어우러져야 한다”
가령 커뮤니티를 기획한다면 어떤 종류가 좋을지를 구상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종이신문 뉴스룸 기자가 있다면 구상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커뮤니티 운영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명망가를 참여시킬 수 있을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한 커뮤니티를 그루핑(grooping) 한 뒤 들어갈 수 있는 메뉴들을 논의한다.
기존 뉴스를 포함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필요하고 영상과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포맷은 어느 정도 동원할지 내부 리소스를 고려한다. 여기에는 오픈 소스로서 구글 맵(google map)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는지 판단하고 웹 사이트에 구현가능한지 엔지니어들과 조율한다. 가능하다면 게임이나 퀴즈, 여론조사 등 참여의 장치들을 보탤 수도 있다.
유통과 서비스를 함께 고려한 뉴스가 돼야
이렇게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이제 뉴스는 커뮤니티를 위해 작동된다. 타깃 오디언스들을 위한 뉴스는 타깃을 고려하는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영화나 음악 같은 문화상품들은 물론이고 의약품, 가전제품 등 소비재 상품들도 소비자 커뮤니티에 의해 ‘생명력’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뉴스도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의 기반 위에 존재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려면 뉴스가 공정해야 한다. 다른 견해를 불러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별 뉴스 소비자의 생각을 정리하면 객관적 결론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수많은 정책들에 대해 지역, 성별, 소득수준 등의 항목을 넣으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뉴스와 결부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보다 많은 정보를 볼 수 있고 평가를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블로그에도 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뉴스를 생산만 해온 기자들로서는 이러한 서비스 기획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온라인 유통과 서비스에 대해서만 고민해온 온라인 뉴스룸 종사자들은 ‘뉴스’ 그 자체를 만들기가 어렵다.
결국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날그날 만드는 뉴스는 차치하고서라도 기획뉴스는 더 많이 공동으로 구상돼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금융권 대출금리 정보 등과 연계해 정리해볼 수도 있다. 소득수준과 아파트 시세, 세계 경제전망치를 통합적으로 DB화해 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할지, 변동금리로 할지 어느 정도 규모로 대출받을지를 도식화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를 육하원칙에 의거 뉴스를 만드는 공장의 시대는 갔다. 뉴스룸은 창조의 무대가 돼야 한다. 혼과 열정 뿐만 아니라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흥미의 요소들을 버무려내는 복합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 그래야 뉴스는 ‘콘텐츠’로 대접받고 킬러 서비스로 올라설 수 있다. 뉴스룸 내부가 보다 똑똑하고 풍부한 패키지 뉴스를 설계하는 조직으로 재편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 [email protected]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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