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사회 소통은 기자들의 몫"

기자협회 창립 45주년 기념사



   
 
  ▲ 김경호 회장  
 
회원 여러분!
한국기자협회가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시다시피 기자협회는 1964년 언론윤리위원회법 파동 당시 법 제정을 추진하던 정치권력에 맞서 편집권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기자들 스스로 창립한 국내 최대 언론단체입니다.

그동안 기협은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의 독립,기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역사의 중심에 서왔습니다. 때로는 무차별 연행과 투옥,해직의 가시밭길이 있었지만 선배들은 흔들림 없이 정론직필의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이것이 기협의 창립정신이자 정체성일 것 입니다.엄혹한 오늘의 언론현실을 헤쳐나가는 등불이 아닌가 합니다.

올해도 언론계에는 쟁점현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법은 언론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재계에도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융합이란 패러다임의 변화에 동의하면서도 여야가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미디어법은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은 민주주의 생명선이라고 합니다. 언론자유와 직결된 미디어법을 합의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소통의 단절과 부재에서 비롯됐습니다. 논리와 토론을 전제한 사회적 소통은 사라지고 극심한 편가르기만 남아 버렸습니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라는 이분법적 틈새에는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적인 정파적 이해관계가 파고들어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자사회 역시 소통이 많이 부족합니다. 타 사회집단에 비해 동료의식이 강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기자사회도 많이 변했습니다. 소속사를 떠나 취재현장에서 만나 서로 격려하고 선의경쟁을 펼쳤던 기자사회도 어느샌가 자사 이해관계에 얽힌 갈등관계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도 기자는 기자일 뿐입니다. 기협은 기자들의 구심점입니다. 설사 이념이나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기자는 같은 동료입니다.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존중하고 저마다 다른 입장을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하나로 조율해 내는 것이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입니다. 2년전 기자실 파동에서 우리들은 뼈저린 교훈을 배웠습니다. 우리 스스로 아끼고 결속하지 못하면 누구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합니다. 갈라진 사회를 이어주는 소통은 바로 기자들의 몫입니다.

회원 여러분!
기자협회는 회원들이 참여하는 순수 언론단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특정한 정파적 이해나 이념적 정쟁에 함몰되지 않고 오로지 중립적인 관점에서 저널리즘의 본령을 찾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객관적 사실만을 전하는 저널리즘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창립 45년을 맞아 기협은 선배들이 걸어왔던 길로 흔들림없이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외부의 어떠한 회유나 겁박도 기협의 창립정신과 정체성을 결코 훼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지금의 엄혹한 언론현실도 머지않아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어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기협의 앞길에는 해결과제들이 많습니다. 특히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입니다. 언론 스스로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자기권력화 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볼 때입니다.

기협은 이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신해 가고자 합니다. 내부의 잘못된 관행은 하루빨리 혁신해야 합니다.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 자는 외부로부터 개혁당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기협만이 과거의 관행에 안주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지난 1년간 미디어환경 변화와 급작스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만 위기를 기협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습니다. 그동안 애정어린 질책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고 격려해주신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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