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신문 '아이(이하 i)'는 올해 3월 초 발행을 시작한 신생 신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당시에 신문사업에 손댄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신문은 장사가 안된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i'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발행부수를 끌어 올리며 시장 안팎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문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국내 신문사들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판단돼 에디터스웹로그가 리뷰한 뉴스를 전재한다.
'i'는 8월 현재 16,000부를 찍고 있다. 3월초 11,000부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5개월 새 5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서울의 한 신문사가 190만부 정도 발행(무가지 포함)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가지고..."라고 비웃을 독자들도 있을 것같다.
하지만 포르투갈 최대 신문인 퍼블리코(Publico)와 노티시아스(Diario de Noticias)가 각각 36,000부와 30,000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도대체 'i'는 어떤 묘약을 먹은 것일까?
일단 신문사 구성원과 조직이 전통적인 시스템과 관행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포르투갈 한 경제 일간지에서 이직한 피구에레도(Figueiredo) 씨는 "더 이상 전형적인 부서에 얽매이지 않는다"면서 "느낌에 따라 일한다"고 말했다.
놀라운 일이다. 보통 신문사에서는 특정 취재부서에 속한 기자는 그 부서와 관련된 기사만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정치부 기자는 다른 부로 인사발령이 없는 한 정치기사만 쓰는게 불문율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항상 다른 무엇인가를 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몇 가지 키워드에 의해 신문을 움직인다. 항상 다른 무엇인가를 향하여 가되 신문을 지탱하는 기준자를 가진 것이다.
△ 오피니언. 신문 'i'의 첫 섹션이다. 이 섹션은 생각(think) 위에서 움직인다. 포르투갈의 어떤 신문도 오피니언을 처음에 돌출시키지 않았다.레이다
△ 레이다(Radar). 이것은 두번째 섹션이다. 이것은 지식(know)과 짝이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전한다. 왜 그럴까? 이 섹션의 목표는 하루 동안 일어난 모든 것들을 신속하게 고찰해주는 것이다. 많으면 8페이지를 차지하고 긴 기사는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진국'이다.
△ 줌(Zoom). 이해(understand)라는 키워드와 연결된 섹션으로 22~26페이지에 배치된다. 평균 8~13개의 주제를 다루는데 한 개 기사당 1~10페이지가 될 만큼 깊이가 있다. 이 섹션은 베스트 팀이 도맡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
△ 모어(More). 느낌(felling)이라는 고리와 맞물린 이 섹션은 사람들의 관심사 이를 테면 문화, 취미 등 일상적인 것에 집중된다. 이 팀의 기자들은 분명한 부서명은 없는 대신 자유롭게 콘텐츠를 생산한다. 광고주들에게 어필하는 섹션인 만큼 그 어느 것보다 주목하고 있다.
△ 스포츠(Sports). '모어'가 포함하는 이 섹션은 기사 분량의 80%가 축구에 집중한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섹션은 매우 창조적으로 다룬다.
결국 이 신문의 혁신은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독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주력하기 위해 조직과 인식을 바꿔 놓았다. 묘약은 결국 낡은 관행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료로 했던 것이다.
▲ 'i'의 창의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웹 사이트는 어떤 뉴스 사이트보다 역동적이며 드라마틱하다 | ||
디자인. 아이폰이 그랬듯이...
미국인인 닉(Nick Mrozowski)는 'i'의 아트 감독(Art Director)이다. 그는 디자인이 신문을 결정짓는다고 보는 사람이다. "우리는 매일 매거진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56~64페이지를 찍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사이즈 덕분이다.
때문에 매일 편집 디자인 분야에는 엄청난 노동이 요구된다. 사실 전통적인 신문사에서 (상당수의) 페이지는 매번 디자인이 바뀌지 않으므로 편집자가 쉽게 콘텐츠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템플릿(template)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i'에서는 첫날부터 그러한 관행이 무너졌다. 닉은 "우리가 만드는 신문에는 아주 많은 전문적인 내용이 있고 각 페이지는 기자나 편집자가 원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i'에서 신문 편집 디자인은 강렬한 감각에 의존한다. 그래서 닉의 디자인팀은 매일 매거진의 질을 끌어올리는 비주얼 솔루션을 찾는 도전에 직면한다. 예를 들면 현장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는 대부분의 일간신문과는 다르게 고급스런 이미지들을 제공한다. 삽화도 같은 맥락이다.
'i'의 디자인 팀은 7명이다. 2명의 인포그래픽 아티스트(infographic artist)-이제 뉴스룸에는 예술적 재능과 감각을 갖춘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와 사진기자들이 있다. 이 비주얼 그룹은 한 몸으로 움직인다. 가령 활 모양의 굽이치는 테이블에 앉아 끊임없이 소통한다.
즉, 'i'의 디자이너들은 기자들의 관점으로 사유한다. 콘텐츠-아티클(article)을 고찰해서 비로소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어떤 사진이 좋을지, 어떤 위치에 놓으면 좋을지 등등에 대한 편집자-디자이너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적인 신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신문과 웹 서비스의 공존
전세계적으로 모든 신문들이 그러하듯 'i'도 웹 서비스를 한다. 월 90만명의 순방문자수를 넘긴 'i'는 사실상 통합 뉴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들은 온라인과 지면 모두에 관여한다. 온라인 편집자 모니카 벨로(Monica Bello)는 "(컨버전스가)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우선 두 명의 편집자가 웹 사이트를 담당한다. 많은 기자들은 몇 시간 동안 온라인 속보뉴스를 생산한다. 그리고 신문지면 제작에 참여한다. 신문기사의 40% 정도가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나머지 60% 아티클은 신문지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 'i'의 컨버전스 뉴스룸. 놀라울 정도로 평등하며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이곳의 구성원들 간에 소통과 협력이 이뤄진다. 가운데 둥근 원형 공간이 슈퍼 데스크라고 보면 된다. | ||
이같은 뉴스 유통 전략은 일본 신문과 닮아 있다. 루퍼트 머독이 아시아 신문사중 유일하게 탐냈다는 니케이(일본경제신문)는 웹 사이트로 신문기사의 30%만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디지털에 취약한 요미우리는 포털에 70% 정도만 내보낸다. 야후제팬엔 단신기사 40개가 고작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i' 웹사이트의 어그리게이트로서의 역할이다. 'i'는 콘텐츠를 잘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다른 경쟁사의 콘텐츠를 수집해 연결(link)해두고 있다. 'i'가 인터넷 이용자들의 뉴스 탐색의 베이스(base)가 되려는 전략이다.
편집자 벨로는 소셜 미디어와의 접점과 연계시킨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이용자들이 뉴스 소스로서 'i'를 떠올려주고 접근해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사실상 6개의 웹채널을 보유중인 'i'로서는 당연한 지향점이다.
'i'가 운영중인 6개의 웹 사이트는 첫째, 일반적인 뉴스 포털 사이트 둘째, 포르투갈 정치 뉴스 채널 셋째, 경제와 파이낸셜 분야 채널 넷째, 국제 뉴스 다섯째, 스포츠 마지막으로 '좋은 삶(good life)'이다.
물론 아직 'i'의 온라인 서비스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것은 세계의 모든 신문사 웹 사이트가 그렇지 않은가!-. 피구에레도 씨는 "웹에서 돈을 벌 수는 없다"면서 "다만 매체의 브랜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문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내에는 그 영향력이 급감할 것이다. 'i'의 구성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따라서 웹은 경제적으로 운용하되 장기적으로 전략을 수립하면서 종이매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향한 열정적 노력
'i'의 구성원들은 독립적 권한과 발언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유는 새로운 신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표상한다. 닉은 두 명의 시니어급 에디터 피구에레도와 마체도(Andre Macedo) 씨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여러가지 자율성을 보장했다.
유럽선거를 신문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한 프로젝트는 외부의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가 참여했다. 'i'의 관계자들은 밤새 작업한 두 페이지 분량의 선거 이슈 보도는 'i' 뉴스룸의 훌륭한 협력과 소통의 증거라는데 이견이 없다.
'i'가 주목하는 것은 정치, 경제 이슈다. 교육받고 열망을 품은 독자들에겐 이만한 주제가 없다는 것이 'i'의 판단이다. 독자들 중 69%가 대학을 졸업했다. 39%는 상위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독자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근거로 콘텐츠 전략을 세운 것이다.
사실 'i' 독자의 22%가 이전에 신문구독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현재 'i'는 타깃 오디언스의 중심축과 여전히 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23~29세의 독자군은 대학을 다녔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미혼이다. 더구나 사회진출의 야망을 갖고 있다.
피구에레도 씨는 "어떤 신문사도 보유하지 못한 이 새로운 오디언스들을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소셜 미디어에 대한 식견이 탁월하고 기술적 재능이 있는 젊은 사람들을 영입한 대목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새로운 인력들은 한번도 신문사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다.
'i'는 뉴스와 관련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 소통을 반영하기 위해 직접적인 방법을 채택했다. 독자들의 대부분은 다른 미디어를 경유해 들어오거나 이미 정보를 대강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i'는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보들을 믹싱하고 재구성해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령 정치, 경제 관련 심층 기사는 현재 흐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이 신문을 중요하게 판단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 신문을 어디서나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매력적인 판형에 대한 고민도 이어진다. 모두 젊은 독자들을 위한 고려사항이다.
▲ 'i'의 전략 핵심은 조직(뉴스룸)과 컨버전스(온라인), 상품(콘텐츠)에서 그간의 관행을 극복한 것이다. 혁신 전 과정에 창의와 자율, 협력과 개방을 녹여낸 것이 인상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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