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시선집중 이 사람] KCTV 제주방송 한경엽 차장



   
 
   
 
태고의 신비 간직한 우도 수중동굴 탐사


“다이브웹의 이명덕 대표와 TDI 정의욱 본부장이 선두에서 릴을 풀면서 수중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서지(간수의 방언)의 영향 때문인지 부유물이 일어나 앞사람의 핀(오리발)만 간신히 보인다. 서지에 이리저리 밀리면서 계속 전진, 들어갈수록 수심이 점차 낮아진다는 걸 느낀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해수면보다 높은 확 트인 돔 형태의 공간이 펼쳐졌다. 천장 높이가 10m에 달하는 교실 2개 정도 크기의 공간이다! 탐사팀은 조심스럽게 호흡기를 벗어보았다. 육상동굴 내부에서나 느낄 법한 신선한 공기다. 탐사팀은 벅차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출수를 시작했다.”

2006년 7월24일 한경엽 KCTV 제주방송 기자(촬영)는 제주 우도에 숨겨져 있던 전인미답의 수중동굴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주간명월(우도의 8경 중 하나로 낮에도 달이 뜬다는 동굴) 옆 수심 14m 깊이에 있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태고적 그대로의 수중동굴. 한 기자는 이 동굴을 얘기하며 ‘미지의 세계’라는 표현을 썼다.
그랬다. 이 수중동굴에서 그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커다란 돔 형태의 챔버(공기공간)를 발견했고, 다음날 더 흥분되는 발견을 하게 된다.

챔버를 발견한 다음날인 7월25일. 한 기자와 탐사팀은 흥분을 삭인 채 또다시 수중동굴로 향했다. 전날보다 더 전진하는 것이 목표였다. 40m 지점에 이르자 전날 발견했던 챔버가 나타났다. 탐사팀은 거기서 다시 입수해 앞으로 한참 나아갔다. 얼마쯤 지났을까. 수면이 낮아진다는 느낌이 들더니 손에 무언가가 만져졌다. 엇? 모래였다. 그리고 수면으로 나오자 난데없이 커다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탐사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동굴 속 모래지역 안쪽에는 또 다른 작은 굴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높이는 1m 이하, 폭은 3m로 간신히 기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동굴의 바닥은 모래로 뒤덮여 있고, 작은 동굴 내부 천장에는 지하수가 흘러나오면서 종유석도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탐사한 우도 수중동굴의 총길이는 1백15m로 제주도 해식동굴 중 가장 긴 동굴로 확인됐다. 물론 KCTV를 통해 수중탐사 과정이 소개돼 큰 반향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 기자는 “11만년 동안 우도 섬 깊숙한 곳에 묻혀 있다 탐사팀에 의해 속살을 드러낸 우도 수중동굴은 생명력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태고적 신비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때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카메라기자를 꿈꾸던 시절 뭔가 특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이빙 자격증을 땄고, 입사 후 재교육을 통해 수중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중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카메라기자에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KCTV만의 독특한 정책 때문.

2005년 해양 다큐멘터리 ‘바다목장’에 이어 필리핀 모알보알 1백m 수중탐사, 마이크로네시아 축라군의 난파선 탐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가 하면 서귀포 문섬에서 흰동가리돔의 산란 과정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수중이라는 환경은 자칫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정된 기체량을 가지고 하는 작업이기에 물리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많이 소개됐지만 갈라파고스 제도의 수중 탐사를 하는 것이 꿈이다. 또 수중이라는 환경 속에서 나올 수 있는 해양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도 제작, 취재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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