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치 충실한 양질의 신문 만들겠다"

박찬수 한겨레 첫 공채출신 편집국장


   
 
  ▲ 박찬수 편집국장  
 
3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편집국에서 첫 공채출신 편집국장인 박찬수(공채 2기) 국장을 만났다. 3월19일 취임했으니 벌써 두 달 보름이 지났다. 그 사이 편집국 인사가 큰 폭으로 단행됐고 창사기념일(5월15일)에 맞춰 지면도 개편됐다.

두 가지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탐사보도 한겨레in의 신설과 오피니언 면의 변화다. 이는 박 편집국장의 소신이자 한겨레의 새로운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진보가치에 충실한 퀄리티 페이퍼’에 대한 해답도 여기에 있다.

그는 취임 전 편집국장 직속의 탐사보도팀 신설을 공약했다. 그리고 탐사보도팀(팀장 안수찬)은 지난달 16일 무슬림 보도를 시작으로 최근 두 번째 작품인 4대강 탐사보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내러티브 형식의 기사로 4대강 공사현장에서 죽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사연을 재구성하는 등 내용과 형식, 관점 등이 모두 새롭다.

박 편집국장은 “지금 미디어 지형에서 신문의 장점은 스트레이트가 아니다”며 “장막을 걷어내고 사건의 이면을 파헤쳐 그 안의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신문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특파원(2003~2006년) 시절 그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매일 읽었다. 7~8매 분량에 팩트만 무미건조하게 담는 우리 언론과는 상당히 달랐다고 한다.

1~2개면에 걸쳐 한 사람의 삶이나 특정 사안을 여러 사람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하는 ‘풍성한’ 기사들이었다. 뼈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도 많은 기사들이었다. 한 사건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거대한 문제가 더 명징해지곤 한다는 것이다.

박 편집국장은 “이번 탐사보도팀의 4대강 보도도 단순한 수치, 무미건조한 팩트를 넘어서서 울림을 주고 문제의식을 함께 던져준다”며 “하루 1개의 기사라도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보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 오피니언 면도 달라졌다. ‘논쟁’이 그 중 하나다. 한 이슈를 두고 3명의 필자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식이다. 진보·보수 양쪽 인사들의 장문칼럼(20매 분량)을 게재하는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신문이 생존하고 독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스토리가 있는 기사고 또 하나는 다양한 오피니언의 반영”이라며 “한겨레 가치에 맞는 것만 일률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든, 보수든 합리적인 논리를 갖고 한 세력의 시각을 대변한다면 이를 접할 기회 역시 독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가치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등 사안에 대한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구현하되 오피니언 면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해 신문의 가치지향과 공정성·객관성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구의 퀄리티 페이퍼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뤘기에 권위지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보·보수 양쪽이 모두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런 권위지, 퀄리티 페이퍼 지향은 ‘삼성 보도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라 좀더 가혹한 잣대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권력집단이라고 해서 팩트 확인 없이 추정해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에디터제와 관련해서는 “취재와 편집 부서의 소통을 통해 지면의 질을 높이고 온·오프 통합에 대비하자는 것으로 신문이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며 “소통이 있기에 갈등이 있는 것인 만큼 시간을 두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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