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과 관련해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가 13일 사설을 내고 KBS의 행태를 비판했다.
KBS는 도청 의혹에 대해 “아는 바 없다”, “문 사이로 엿들었다”, “제 3자의 도움을 받았다”며 말을 달리하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장 모 기자는 6월말께 결정적 증거가 될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분실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KBS 기자들, 증거인멸까지 할 셈인가’에서 “국민이 보기에 휴대전화 분실 주장은 오히려 ‘범행 자백’으로 비치는데도 한국방송은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우기기 작전’에 들어갔다”며 “한국방송의 태도는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증거만 없으면 얼마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믿는 뻔뻔스러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KBS 정치부 기자들이 내놓은 성명에 대해서는 “제3자 도움설 자체도 미심쩍지만 더욱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과의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한국방송이 부적절하게 취득한 민주당 회의 내용을 한나라당에 넘겨주었느냐는 것인데 그 대목은 쏙 빼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방송 정치부 기자들은 대부분 젊은 기자들이다. 진실과 정의에 대한 열정이 한창 불타올라야 마땅한 시기다. 그런데도 당당히 진실을 털어놓는 용기를 보이기는커녕 궁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구차한 모습만 보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KBS 도청 의혹 납득할 해명 내놓아야’에서 “KBS 측의 설명에 설득력이 부족한 것은 전후 과정이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기자가 도청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분실했다는 우연은 상식 밖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KBS의 수익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신료 인상과 관련됐다”며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민주당 최고지도부 회의를 겨냥했다. 진실이 가려지지 않는다면 KBS 측에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사설 ‘도청사건에 언론자유 논리 동원하는 KBS’에서 “KBS는 진실 고백은커녕 언론자유, 언론탄압이라는 뜬금없는 논리를 동원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분명히 말하거니와 이 사건은 언론자유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경향은 “도리어 진정으로 언론자유를 외치게 만드는 것은 일그러진 KBS의 위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 아래서 KBS의 공영성은 끝도 없이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성은 내팽개치고 백선엽, 이승만 특집 제작에 골몰하며 정권홍보 나팔수를 자임하는 방송, 그것이 현재의 KBS”라며 “KBS는 언죽번죽 언론자유란 말을 들먹이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후안무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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