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도 이 싸움 계속할 것"

본사 복직 한달 만에 지방전보 불교방송 장용진 노조위원장

장용진 불교방송(BBS) 노조위원장은 요즘 허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초 어렵게 재판에서 이겨 서울 본사로 돌아왔더니 사측은 최근 그를 다시 춘천으로 지방전보 발령했다. 지난 15일 서울 시청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한숨 밖에 안 납니다. 사측도 부당한 걸 알면서 그저 괴롭혀 보겠다는 의도에서 이러는 것 같은데 황당할 뿐입니다.”

지리한 싸움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는 당시 ‘연봉 1원’ 약속 파기 등을 이유로 언론특보 김영일 사장 대행에 대한 퇴진운동을 전개했고, 이에 사측은 같은 해 12월 당시 노조 부위원장이었던 장 위원장을 춘천으로 전보 발령했다.

노조는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장 위원장에 대한 부당전보 신청을 냈으며 결국 지난 4월11일 중노위로부터 ‘원직복직’ 결정을 얻어냈다.

이후 두 달 뒤인 6월 초 서울 본사로 복직했지만 기쁨도 잠시. 사측은 한 달 만에 다시 그를 춘천으로 돌려보내는 전보발령을 낸 것이다.

문제는 개인에 대한 단순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직 노조위원장에 대한 탄압이 공개적으로 자행됐고 이는 곧 노조 탄압이라는 게 불교방송 안팎의 비판이다.

“단순히 원직복직 소송만이 아니라 노조 와해 목적이 있다고 판단, 형사소송까지 진행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것은 변호사와 협의하고 있어요. 시간 나는 대로 본사로 올라와서 조합원 간담회를 여는 등 활동도 지속할 겁니다.”

장 위원장은 불교방송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방송의 사유화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교방송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교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방송의 독립을 감시할 만한 기구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미미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교계의 공론화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입니다.”

실제로 불교계에는 불교방송 재단이사회(이사장 영담)가 대한불교진흥원의 사장 추천권 등을 무시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의 공공자산이 사유화되고 특정 집단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들이다.

더구나 노조 탄압성 조치가 지속되는 반면 경영성적이 유례없이 부실하다는 것도 내부 구성원들에 불만이 되고 있다. 경영진의 무능이 도마에 오른다.

노조에 따르면 2009년 18억원, 2010년 3억원 등 매출 1백억원의 회사가 2년간 총 20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연봉 1원만 받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던 김영일 사장의 약속이 공염불인 이유다. 2년간 급여 1억4천만원, 판공비도 매년 2천만~3천만원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엔 사장 전용차까지 바꿨다.

장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가 이를 지적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두 차례나 노조 핵심간부에 대한 지방전보로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판단이다. 김 사장 대행은 8월께 임기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새 사장 후보로는 선상신 전 언론재단 이사와 이채원 전 강릉MBC 사장이 거론된다. 새 경영진의 등장이 노사 관계에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장용진 노조위원장은 “사회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기자라면 자기 회사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어서는 안된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선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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