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출판기획자로 제2의 인생 도약
'북셰프'로 변신한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
|
|
|
|
▲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
|
|
올 초 30년간의 기자 생활을 접고 방송 현장을 떠난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보도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화려한 이력을 거친 그에게 최근 새로운 이름표 두 개가 추가되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 그리고 ‘북셰프’. 대학 강의실에선 미래의 언론인을 꿈꾸는 청춘들과 에너지를 나누는 한편 청소년을 위한 출판 기획자로 변신해 한 권의 책을 펴낸 정흥보 교수를 7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최연소 억만장자, 20대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성공 시크릿을 담은 책 ‘마크 주커버그’(해피스토리). 국내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주커버그에 관한 이 책에서 정 교수는 ‘북셰프’로 소개돼 있다. ‘북셰프’란 책(Book)과 요리사(Chef)의 합성어로 ‘엄선한 콘텐츠를 정성껏 요리해 책으로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정 교수는 마크 주커버그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세계 IT업계의 신화를 써내려간 인물들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북셰프 정흥보의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 코드’의 총괄기획자로 나서서 그 시리즈의 첫 번째로 지난 1일 ‘마크 주커버그’를 발간했다. 마크 주커버그란 인물을 선정하는 일부터 마샤 아미든 루스티드의 원전을 청소년들이 보기 좋게 재구성, 디자인하고 감수하는 일까지 그가 총괄책임을 맡았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 방송 전문가가 통신과 IT를 조명한다는 취지입니다. 세계 IT 리더들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자는 것이죠. 지난 2000년 MBC에서 국내 언론사 최초로 IT 부서를 신설했을 때 초대 정보과학부장을 맡았는데, 그때 IT 마인드를 기른 것이 이번 책을 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북셰프’란 이름으로 처음 펴낸 책을 앞에 둔 그는 뿌듯함보다 쑥스러움이 커 보였다. 방송사 사장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안 돼 대학 강의를 나가면서 책을 펴낸 데 대해 “후배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하지만 퇴직 언론인들이 흔히 펴내는 회고록이나 저널리즘에 관한 책이 아닌 청소년들을 위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그는 용기를 얻었다.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청소년 세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왔는데 이렇게 맥이 닿았네요. 주커버그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도전과 열정으로 실행시킨 인물입니다. 그의 성공이 우리 청소년들은 물론 획일화된 우리 교육의 현실에도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가 30년간의 방송생활을 접고 대학 강단에 선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정 교수는 지난 8월 1년 임기의 방송문화진흥회 석좌교수로 선정돼 가을 학기부터 서울대에서 저널리즘과 탐사보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오랜 방송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새롭게 공부할 것들이 많아 힘들지만 보람됩니다.”
올 초 MBC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가 김재철 사장에게 고배를 마신 그가 반년도 안 돼 교수와 북셰프로 활발히 활동하자 주위에선 “힘든 일을 겪고 왜 쉬지 않느냐”고들 했다. 하지만 그는 고작 반 년 남짓 되는 휴식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학교에 가는 자체가 에너지”이고 그래서 참 좋단다. 그의 ‘시크릿 코드’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