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KBS 조직개편
글로벌전략센터 등 신설…새 노조 "조삼모사 개편"
KBS가 ‘재정안정화, 뉴미디어, 글로벌’을 화두로 한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안팎의 비난 여론 속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 역시 조직쇄신을 위한 해법이 빠진 ‘후퇴한 개편’이라는 지적이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KBS가 지난 12일 이사회에 보고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한류 확산을 위한 사장 직속 ‘글로벌전략센터’ 신설 △뉴미디어테크놀로지본부 내에 ‘뉴미디어센터’ 신설 △재정 안정을 위한 ‘예산주간’ 직 및 ‘광고기획부’ 신설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시청자본부 산하의 홍보실을 사장 직속으로 바꾸고, 방송문화연구소와 광고국을 각각 정책기획본부와 시청자본부 소속으로 맞바꾼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조직개편안은 수정·보완 작업 등을 거쳐 20일 확정 공표될 예정이다.
김명성 KBS 홍보팀장은 “뉴미디어 변화에 대응한다는 큰 대의와 함께 K-팝 신한류로 한류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자는 의미”라고 개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대해 KBS 내부에선 ‘함량미달’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내용을 뜯어보면 글로벌전략센터는 지난해 6월 조직개편 이전에 글로벌센터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던 조직이었고, 뉴미디어센터는 과거 존폐를 거듭하다 소속만 바꿔 다시 살아났다. 없어진 조직을 다시 만들고, 유명무실하던 조직을 되살려낸 것이다. 광고국은 경영본부에서 정책기획본부로, 다시 시청자본부로 개편 때마다 자리만 옮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며 “조삼모사식 꼼수개편”이라고 비판했고, KBS노동조합(구 노조)도 같은 날 “철학없는 조직개편안을 당장 재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KBS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번 조직개편안이 위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생략됐다고 지적하며 수정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이 표결 처리를 주장함에 따라 이날 이사회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 새 노조는 성명에서 “이번 조직개편안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한 ‘시늉’만 있을 뿐 현재 KBS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진정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KBS가 직면하고 있는 국민 신뢰의 위기, 경영의 위기, 방송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당장 내놓지 못한다면 더 이상 KBS 사장의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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