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 백악관 환영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생중계하자 “5공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관련 세 차례 중계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밤 10시 '역사스페셜'을 결방시키고 백악관 환영행사를 40분에 걸쳐 생중계했고, 14일 새벽 1시 15분에는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이어 새벽 5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다시 중계방송했다.
▲ 14일 KBS가 생중계한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장면. | ||
이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출국 행사를 생중계하던 80년대가 떠오른다며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성토했다. 새 노조는 14일 성명에서 “KBS가 독재자와 친일파에 대한 찬양 방송, 4대강에 대한 홍보 방송을 넘어서 이제는 대통령 찬양·홍보 방송이라는 이름표도 달고 다녀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행위는 중요한 뉴스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이번 경우 기자회견과 의회 연설 정도를 중계하고 나머지는 선별해서 뉴스로 다루면 된다. 정규프로그램까지 죽이고 환영행사를 중계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 간부들은 혹시 새벽 시간대에만 방송을 하면 각하에게 누가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40분간에 걸쳐 중계방송된 백악관 환영행사에 대해 “내용이 없는 행사”라고 지적하며 “‘이명박이 미국에서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러시아는 국빈 방문을 못했는데 우리는 국빈 방문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진행자가 수없이 반복하는 작태가 과연 KBS가 할 수 있는 방송인가”라고 일갈했다.
KBS는 이번 중계방송 내내 “이번 MB의 방미는 13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새 노조는 “정작 13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했을 때, KBS는 의회연설과 귀국 기자회견만을 중계 방송했을 뿐이었다”면서 “2011년 KBS가 방송한 ‘이명박 대통령 중계방송’은 KBS가 13년 전을 넘어서 25년 전, 30년 전 5공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고백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새 노조는 “5공 시절 전두환 대통령 찬양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던 김인규 사장은 지금의 KBS를 5공 시절로 돌리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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