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가 위기에 빠졌다. 올 초부터 잇단 진행자 교체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시사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청취율까지 하락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일선 PD들 사이에선 “MBC 라디오는 죽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MBC는 24일 실시하는 가을 개편에서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방송 6개월 만이다. MBC는 이 자리에 라디오 드라마 ‘고전열전’ 재방송과 창사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청취율이 상승 중이고,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폐지하는 데 대해 내부 반발이 거세다. MBC노조 등은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 찍어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어준 씨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를 통해 통렬한 정권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
특정 진행자 퇴출 논란의 핵심에는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우용 본부장이 지난 8개월 동안 주도적으로 교체한 라디오 진행자와 출연자는 15명. 지난 4월 김미화 씨를 시작으로 김종배 시사평론가, 배우 김여진 씨 등 보수단체로부터 ‘좌파’로 낙인찍히거나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해 발언을 쏟아낸 인물들은 줄줄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두시의 데이트’ 진행자 윤도현 씨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MBC노조는 14일 낸 성명에서 “누구의 주문을 받았는지 이우용 본부장이 줄기차게 ‘좌파 청소’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는 또 이번 개편에서 최근 ‘MB 내곡동 사저 논란’ 아이템 불방으로 잡음을 일으켰던 시사프로그램 ‘주말와이드 성경섭입니다’도 폐지시키기로 했다. 폐지된 자리에는 4시간짜리 오락프로그램이 편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는 “이번 개편안은 경쟁력 약화, 공영성 퇴보, 새로운 기획 부재라는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이번 졸속개편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우용 본부장의 전횡과 폭압적 조직 운영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내홍이 계속되면서 이우용 본부장 퇴진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 체결된 MBC 단체협약에 따르면 본부장 중간평가제 도입으로 내년 2월이면 임기 1년이 되는 이 본부장에 대한 중간평가와 문책 인사 요구가 가능해진다. 노조 한 관계자는 “당장 교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우용 본부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것은 노조의 변함없는 공식 입장”이라며 “현안과 싸워나가면서 이 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