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주최로 20일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긴급 점검-서울시장 선거 언론보도 실태' 토론회가 열렸다. | ||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이 같은 언론 보도 행태가 “시청자를 유권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소장은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언론사에 있다”며 “언론사의 본질적 선정주의가 후보자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윤 소장은 이어 “이렇게 선거보도를 한다면 종편과 뭐가 다르겠나. 여론의 획일화와 왜곡 보도가 문제될 것이라며 지상파가 종편을 비판하는 근거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종편과 같이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잃어버리고 방송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 것인지, 종편과 차별화해서 언론 본연의 자세인 공공성과 공익성을 함께 가져갈 것인지, 이제 지상파는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위터를 통해 ‘용가리통뼈뉴스’를 운영 중인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이번 선거와 관련이 깊은 MB 내곡동 사저 문제, 한미 FTA 관련 미국 방문 보도 등을 집중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방송 3사는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 청와대가 감정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사저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발표와 달리 대통령 내외가 계약 직전에 부지를 점검했다는 사실 등을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 보도했다. 이 대통령의 방미 성적표와 관련해서도 외신의 평가는 냉소적이었으나 방송 보도에서 이 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 전 위원장은 이어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자처하며 편파 보도를 결정짓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공시가격 16억원 이상 낮게 산정 △나경원 후보의 다이아반지 재산 신고 축소 △변호사 시절 수임료를 직원 명의 계좌로 받은 사실 △연회비 1억원의 초호화 강남 피부클리닉 상시 출입 사실 등을 지적하며 “오늘 저녁 뉴스에서 4가지 중 3가지 이상을 보도하면 정상 언론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쁜 언론 편파 언론”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 작용…지금은 시작에 불과”
그렇다면 현직 언론인들은 작금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KBS와 MBC를 대표해 참석한 노조 관계자들은 최근 선거 국면에서 언론이 보이는 보도 행태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의 결과”라고 진단하면서도 ‘공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오늘 KBS가 의뢰한 조사에서 KBS가 여전히 신뢰도 1위로 나왔다고 한다. 토론회를 통해 KBS의 범법 행위에 가까운 보도 실태를 비판하고 있는데 국민은 가장 신뢰한다고 하는, 심각한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KBS가 왜 이 지경이 되었나”라는 물음에 엄 본부장은 “회사 내부가 지나치게 정치적 프레임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이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의 반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사가 나가지 않았다. 어떤 사안을 팩트의 중요성이나 뉴스 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프레임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에는 국영방송 유전자가 면면히 흘러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KBS 저널리즘’이란 말이 있다. 22일 4대강 통수식 생방송도 KBS이니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정권 홍보가 아니라 국가기간방송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다. 그것이 ‘KBS 저널리즘’의 한 단면으로 통용된다. 이번 선거 보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정부 편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나 국가는 공익’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타파할 점은 권력의 문제가 아니다. KBS의 새로운 전통과 원칙의 확립이 시급하다.”
그는 “KBS의 숙제는 훨씬 크고 깊다”며 “내부의 각성을 위해서는 외부의 훨씬 센 질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일련의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일 내곡동 사저와 관련 방송 3사의 첫 보도를 보고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기자들이 대응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무력하게 방송이 일방적으로 편향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기자 한 명이 쓴 기사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다. 그런데 그 조각을 맞춰놓고 보면 괴물이 탄생하는 거다. 기자들은 부분만 만지다 보니 실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더 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방송사 내부적으로는 물론, 언론노조 차원에서도 힘 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엄경철 본부장 역시 “언론 보도를 총체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과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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