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미군기지 관련 위키리크스의 폭로 문건을 취재 중이던 기자를 비취재 부서로 전보 조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기자는 KBS 기자협회장 재임 당시부터 보도본부 수뇌부와 갈등을 겪어 이번 인사를 두고 ‘보복 인사’ ‘언론 자유 탄압’이라는 비판이 KBS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KBS는 지난달 31일 보도본부 탐사제작부 소속의 유원중 기자를 정책기획본부의 기획부로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유 기자 본인은 물론 전입부서인 정책기획본부 부서장과도 사전 협의나 의견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표적 인사’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까지 KBS 기자협회장으로 재직한 유원중 기자는 현 고대영 본부장이 보도국장일 때부터 ‘불신임 투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보도본부에서 타 본부로 기자를 인사 발령 낼 때는 예외 없이 사전에 본인의 의사를 타진했고 본부 간에도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왔다”며 “기존의 관행과 상식을 벗어난 이번 인사를 명백한 표적 보복인사라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인사를 두고 유원중 기자가 12월 초 방송을 목표로 취재 중이던 ‘미군기지를 둘러싼 위키리크스의 폭로와 한국 정부의 거짓말’(가제)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언론 자유 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협회에 따르면 유 기자는 팩트 취재를 거의 마무리하고 영상 취재도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기자가 비취재 부서로 발령이 남에 따라 해당 아이템이 방송될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KBS 기자협회는 “과거에는 탐사제작부원들은 인사가 나도 취재 중이던 아이템을 마친 뒤 발령 난 새 팀으로 옮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왜 유원중 기자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가”라며 “앞으로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하면 이처럼 인사권을 이용해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기자협회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노조를 통해 사측에 이의제기를 하는 한편 고대영 보도본부장에게 경위 설명과 함께 해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통상적인 인사 제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인사”라며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배 실장은 “경력관리제도(CDP)에 따라 1년 이상 한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순환 근무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원치 않는 부서에 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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