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렙 추진, 공영방송 MBC 몰락 신호탄"

미디어행동.언론노조 기자회견

SBS미디어홀딩스가 자회사 미디어렙 설립을 선언한데 이어 MBC가 자체 미디어렙 추진을 본격화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MBC는 3일 대전에서 지역MBC 사장단을 상대로 미디어렙 설명회를 열고 이르면 이달 중으로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MBC의 자사 미디어렙 추진이 공영방송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조는 2일 여의도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자사 미디어렙을 선택할 경우 정부여당으로부터 민영화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광고 직접 영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미디어행동과 언론노조가 2일 오전 11시 여의도 MBC 앞에서 MBC의 광고 직접 영업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 미디어렙 설립에 반발, 1일 SBS 앞에서 삭발 시위를 단행한 조준상 언론연대 사무총장과 지역 민방 노조 위원장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광고 직접 영업은 공영방송의 재원 조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MBC는 권력에 이어 자본에마저 장악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김재철 사장과 전영배 보도본부장,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 구자중 광고기획부장 등에 단호히 경고한다. 김 사장이 자사 렙을 강행하려 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MBC 자사렙을 추진에 대해 “시민사회를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 폄훼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는 “언론시민사회는 종편 출범 이전부터 온라인 광고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4~5년 뒤 지상파에 버금 갈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대비해 각종 규제와 사회환원 문제를 준비해 왔다. 그런데 지상파와 언론이 난장판이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지상파의 광고 직접 영업 시도를 비판했다.

MBC를 향한 성토와 당부도 이어졌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양재일 대표는 “요즘 MBC를 보면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면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정잡배와 똑같다”며 “촛불정국과 파업 때 MBC에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 조·중·동과 똑같이 광고 영업에 나서는 걸 보면 더는 MBC를 지원하거나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황수영 언론노조 전주방송지부장도 “언론악법 저지 투쟁에 나섰던 MBC의 가열찬 모습은 어디 있나”라며 “미디어렙법 입법 투쟁은 결코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겠다는 투쟁이다. 다시 일어나 김재철의 그늘에서 벗어나 달라”고 촉구했다.

이강택 위원장도 MBC 구성원들을 향해 “공영방송을 말살하고 조·중·동과 같은 좀비로 만들려는 김재철의 헤게모니를 방관해선 안 된다”며 “공영방송 MBC를 지키고자 했던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뜻을 저버리지 말고 직접 행동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MBC 구성원이자 노조 위원장으로서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MB정권 하에서 그나마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1년 반 만에 김재철 사장 체제 하에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체면을 다 구기고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몇몇 경영진이 추진 중인 광고 직판 시도는 미디어렙법 입법이 급물살을 타면 반드시 막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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