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력화' 들끓는 MBC 시교국

"경력PD 공채·아이템 검열" 반발

MBC 시사교양국이 또다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윤길용 국장 부임 이후 비판적 PD들에 대한 강제 인사 조치, ‘PD수첩’ 아이템 검열이 이어지며 내부 반발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경력사원 공채가 더해지며 시사교양국이 들끓고 있다. PD들은 “‘PD수첩’을 무력화하고 시사교양국을 와해시키려는 계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는 지난 7일 2012년 신입·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MBC는 이번 경력사원 공채에서 3~5명의 시사교양국 PD를 뽑을 예정이다. 그러나 MBC노조에 따르면 이는 신입사원 공채 관련 노사 협의에 전혀 없던 내용으로, 채용공고 직전에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인사부장에게서 전화로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다”고 전했다.

MBC 측은 시사교양국 경력PD 채용과 관련해 신규 프로그램 ‘코이카의 꿈’ 제작과 종편 출범 등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 보강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PD들은 “비판적 인사를 솎아내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길용 국장은 시사교양국 PD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력사원을 뽑은 후 그 인원만큼 (기존 PD들을) 다른 부서로 보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PD들은 “결국 경력 공채라는 것은 신규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인력 수급과 관계없이 축출된 인력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경력사원 공채가 김재철 사장과 회동을 가진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사교양국 중견 PD 10여 명은 지난달 31일 김재철 사장의 제안에 따라 오찬을 겸한 회동을 열어 시사교양국의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PD들은 시사교양국 사태의 장본인으로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과 윤길용 국장을 지목하며 이들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윤길용 국장은 올 초 부임 직후 최승호, 한학수 PD 등을 강제 인사 조치하고 ‘PD수첩’에  ‘MB 무릎기도’ 사건 취재 중단을 지시해 시사교양국 파행을 빚은 인물이다. 이후로도 ‘PD수첩’에 대한 아이템 검열은 쭉 이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한진중공업과 희망버스 △삼성 백혈병 노동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논란 등 윤 국장 부임 이후 제작이 중단된 ‘PD수첩’ 아이템은 20여개에 달한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윤 국장은 “‘PD수첩’이 너무 노동 문제에만 집중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윤 국장이 정권이 싫어할 만한 아이템은 사전 검열로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상황이 이러니 윤 국장이 ‘PD수첩’에서 내보내고 싶은 PD가 많을 것 같다”며 “그런 윤 국장에게 경력사원 공채로 날개를 달아주는 김재철 사장의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PD수첩’ 무력화를 통해 시사교양국을 붕괴시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는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MBC노조도 사측에 노사협의회를 개최를 요구하며 “시사교양국 경력사원 공채 결정에 대해 그 절차적 하자는 물론 의도와 배경에 대해 엄중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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