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서열화’ 논란을 빚은 37기 방송저널리스트 재배치 계획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방송저널리스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본사 배치 및 직종 결정 방식과 관련해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지난해 기자와 PD를 통합직종으로 선발하는 방송저널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선발된 37기 방송저널리스트들은 수습기간을 거쳐 현재 9개 지역총국에서 근무 중이다. 문제가 된 것은 이들에 대한 본사 배치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최근 인사운영부가 작성한 ‘37기 방송저널리스트 재배치 세부계획’에 따르면 16명의 방송저널리스트들은 내부 평가를 거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10명에서 3명씩 본사로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본사 전보 대상자 선발은 지역국과 본사의 종합평가 점수 서열에 따라 결정된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즉각 논란이 일었다. KBS 새 노조는 “점수 서열에 의한 본사 선발은 인권 유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구 노조도 “사상검증을 통해 구미에 맞는 저널리스트만 본사로 불러올리려 한다”며 재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당사자인 37기 방송저널리스트들도 16일 직접 성명을 내어 “순차상경과 객관성이 결여된 평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방송저널리스트의 직종을 사장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직종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이라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도 이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자 결국 KBS측이 한 발 물러섰다. KBS는 ‘평가 점수를 통한 순차별 본사 배치’ 방안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하고 22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구 노조와 방송저널리스트 재배치 계획을 논의했다. 윤형혁 KBS노조 공정방송실장은 “본사 배치의 규모나 시점은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다음 달 노사협의회가 재개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좋은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37기 방송저널리스트들은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방송저널리스트는 “우리의 요구는 16명 전원이 같은 기간 지역 근무 후 같은 시기에 본사로 올라와 각자가 원하는 직종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제도의 문제”라며 “제도를 만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도 방송저널리스트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양 협회는 22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현재의 방송저널리스트 제도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자존감을 해치는 반인권적, 반언론적 제도”라며 “방송저널리스트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방송저널리스트 본인들의 희망에 따른 직종배치 보장 △선별적이고 순차적인 복귀가 아닌 일괄 본사 복귀 방안을 요구하며 노사와 방송저널리스트 대표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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