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젊은 기자들 '격정 토로'…"무관심이 가장 두려워"


   
 
  ▲ MBC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올라온 글들.  
 
“2005년 황우석 사태, MBC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욕설을 듣고 인터뷰를 거절당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외로웠지만 떳떳했습니다. 언젠가는 시청자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MBC 기자들에게 욕실이 날아옵니다. 달라진 건 MBC 기자라는 사실이 더는 떳떳하지 않다는 겁니다.”

요즘 MBC 기자들은 ‘미운오리’ 신세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좌’는 이미 등을 돌렸고 ‘우’ 역시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형국이다. 집회 현장에 MBC로고가 새겨진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간 쫓겨나기 일쑤고, 심지어 욕설까지 듣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MBC 뉴스를 보면 세상살이의 ‘까막눈’이 되는 것 같다”고 일갈한다. “MBC나 조·중·동이나 다를 게 없다”는 비난과 조롱은 이제 일상이 됐다.

한창 현장을 휘젓고 다녀야 할 2~3년차 기자들은 선배 기자들에게 눈물로 고충을 호소한다. 수습 딱지를 뗀지 겨우 반년이 지난 ‘막내’들은 “그렇게도 원하던 MBC 기자가 되어 찾아간 현장에서 직접 겪으면서도 믿기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며 참담함을 토로한다. 선배 기자들은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다. 2000년대 사번들을 중심으로 통렬한 자기비판과 반성을 담은 기수별 성명을 써서 사내게시판에 올렸고, 90년대 사번들도 이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보도하면서 정작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물대포 진압은 외면하고, CCTV와 블랙박스의 ‘그림 좋은’ 아이템은 우대하면서 정치부 뉴스는 홀대하는 작금의 상황을 비판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균형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라며 “더 이상 일부 기자들의 주장으로 치부하며 무반응으로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한·미 FTA 반대 집회를 개별 리포트로 보도하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MBC 한 기자는 “문제는 그게 언제까지 가느냐”라며 “당장 후배들이 난리치니까 잠깐 달래기용이 아닌지, 오래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 이후로도 MBC 보도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이달 초 MBC LA특파원이 한국 특파원 중 유일하게 BBK 판결문을 입수했으나 ‘방송 시간이 오버됐다’는 이유로 3일과 4일 연속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되지 못하고 5일 아침 ‘뉴스투데이’에서 전파를 탔다.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의혹들은 지난 9일 경찰의 발표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시청자들은 점점 MBC 뉴스에 등을 돌리고 있다. 시청률은 떨어져 3위로 내려앉았고, 취재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민들의 냉대는 더 심각하다. MBC 기자들은 “가장 두려운 것은 시청자들이 애정 어린 비판을 넘어 우리 뉴스에 ‘무관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외면은 뼈아픈 지점이다. 3년차 한 기자는 “욕이야 잠깐 듣고 본인이 감내하면 되지만 외면 받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렇게 가다가는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 보도국 수뇌부가 바뀐다 한들 이미 바닥에 떨어진 신뢰도로 어떻게 취재하고 다닐 수 있을지 부끄럽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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