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3월9일자 2면 | ||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3월 김재철 MBC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정권 초반부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MBC 사장 선임에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김 전 이사장이 소위 ‘양심고백’을 함에 따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총파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이사장은 9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 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라며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 사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상 사장 선임 과정에 권력의 의지가 작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며 “‘은혜’에 보은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 “‘임명권자’(대통령을 지칭)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소신대로 했어야 옳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내 책임이 절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때 대통령 요구와는 별개로 어쨌든 그를 선임한 것은 나였기 때문”이라며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제대로 된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김 전 이사장은 2009년 8월 방문진 이사장에 취임한 뒤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이 실시한 MBC 임원 인사에 대해 “(이번 인사는) 김 사장 인사가 아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라고 신동아 인터뷰에서 밝혀 논란을 일으킨 뒤 사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이사장은 “큰집이라는 표현은 한 적이 없고, 김재철 사장이 청와대(큰집)에서 혼쭐(조인트)이 난 뒤 그 전까지 없었던 임원 인사안을 급하게 가져왔다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낙하산 인사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정치적 등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모두 하수인 같은 짓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베팅’으로 MBC를 경영해온 것 아닌가”라며 “선심 쓰듯 회사 구성원들에게 500만~1000만원씩 격려금을 뿌리고 해외연수 보내주는 등 당근 정책으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권 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가 되니 이제 전부 들고일어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방송사의 잇단 파업사태와 관련해, 김 전 이사장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들 방송사가 정권 후반기 연쇄 파업을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의 ‘낙하산 사장’ 발언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8일 한겨레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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