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방송 현장…그러나 파업을 멈출 수 없다"

1인 시위 나선 MBC '뉴스 24' 김수진 전 앵커


   
 
 

▲ MBC 노조 총파업 127일을 맞은 4일 오후 김수진 기자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MBC 마감뉴스인 ‘뉴스24’를 진행한 김수진 앵커는 침통한 표정으로 4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섰다. 각종 1인시위가 열리는 이곳에 전직 앵커가 나오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해직동료들을 살리기 위한 릴레이 시위의 첫 주자였기 때문이다. 박성호, 이용마 두 해직기자의 사진이 담긴 커다란 패널을 목에 건채 나타난 김 앵커의 모습은 스튜디오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1인시위를 처음 하라고 했을 때 처음에 약간 부담이 되긴 했어요. 가끔 이름을 내보이는 것은 좋지만 사실 조용히 있는 게 마음이 편하잖아요. 하지만 박성호·이용마 선배가 해고까지 당해야 하는 나쁜 행동을 했나. 생각해보면 너무 슬프고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뙤약볕이 내려쬐는 정오의 광화문. 김 전 앵커를 알아본 시민들은 그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 전 앵커는 “시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는 게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이번 파업이 기자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MBC에 입사해 주로 정치부, 사회부 등을 출입한 김 전 앵커는 지난달 21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MBC파업에 노동자로서 동참할 수 있다는 건 제 짧은 서른여섯 해 동안 벌어진 여러 사건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MBC의 자율성을 말살한 비리 사장이 물러가고 제대로 뉴스를 보내드릴 날 정말 크게 웃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

김 전 앵커는 “기자생활 11년 동안 파업 노동자들을 취재할 때는 잘 몰랐다. 그 분들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파업의 당사자가 돼보니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귀 기울여 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이제야 깨닫는다”며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쓰면서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한 적이 많았다”며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앵커는 자신이 앵커로서, 기자로서 ‘불편부당’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해직된 박성호 선배가 정치부 국회반장을 하던 시절, 사람을 대하는 법과 취재하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기자생활의 8할이 그때 완성됐어요. 그 중에서도 기자가 자신의 생각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늘 강조하셨어요. 기자들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박 선배는 늘 그런 것을 경계하셨거든요. 그런 선배가 저 고초를 겪는 걸 보면…”

김 전 앵커는 지난 1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대기발령은 최대 3개월까지 유효하며 이후엔 본격적인 징계를 받게 된다. 지난달 배현진 아나운서의 ‘뉴스데스크’ 복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것이 그가 짐작하는 징계 이유다. 김 전 앵커는 “인간적인 배신감이 컸기에 비판했고, 또 곧바로 사과한 것은 그가 받은 상처가 염려됐기 때문”이라며 “선배들이 받은 해고 등의 중징계에 비하면 제 대기발령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130일을 향해 가는 MBC 파업. 그는 “너무나도 기사를 쓰고 싶고 방송을 하고 싶다”며 일의 갈증을 토로했다. “4·11 총선이라는 큰 이슈를 놓쳤죠. 앞으로 올림픽과 대선이라는 이벤트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치르면서 조직의 생동감이 생기고 직업적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 시기를 이렇게 슬프게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마저 포기하고도 멈출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파업입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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