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집행부 구속영장 전원 기각

검찰의 무리한 기소 비판 '후폭풍'

 



   
 
  ▲지난달 21일 첫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MBC노조 집행부들.  
 

법원이 8일 MBC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해 재청구된 구속영장을 전원 기각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5일 MBC노조의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과 김민식 부위원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등 집행부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2주 만에 재청구한데 대해 법원이 다시 한 번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박강준 전담판사는 8일 “업무방해죄의 성립여부, 정보통신망을 통한 타인의 비밀 누설죄의 성립 여부와 위법성 조각 여부에 대해 피의자들이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들의 가족관계나 전과관계 등을 고려하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지난번 영장 기각 이후 파업이 계속되고 있으나 파업은 노사 양측의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그 해결 또한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 종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파업이 종결되지 않은 책임을 어느 일방에게 돌리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8일 ‘이제 김재철이 심판받을 일만 남았다’는 성명을 통해 “역시 이번에도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애초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지 말아야했다”며 “이제 검찰이 할 일은 분명해졌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온갖 비리로 얼룩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라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된 마당에 검찰이 김재철에 대한 구속 수사를 벌이지 않는다면 정권의 눈치나 보며 김재철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온 국민의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김재철은 한때 기자로서의 양심과 명예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법의 결정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즉시 MBC를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법원은 “피의자의 주거, 직업, 가족관계, 현재까지의 수사정도, 피의자들이 향후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이 사건 파업상황이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5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은 영장 기각 2주 만인 지난 5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영장청구사유에 대해 지난 5일 “피의자들은 구속영장 청구 기각 이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등 파업 해결을 위한 대화 또는 타협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기각 이후 MBC 노조 총파업 특보,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홈페이지, 각종 언론보도 내용을 살펴보았으나 노사 모두 파업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노조는 “경찰이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로 새롭게 추가한 혐의 사실은 노조 내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그 근거는 최근 배현진 아나운서가 사내 게시판에 쓴 글이었다”고 밝혔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지난달 29일 오후 MBC인트라넷 사내게시판에 ‘배현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달 두 달 월급을 못 받고 상황이 악화될수록 조직 내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라며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사측이 B(배현진) 아나운서의 게시글 배포를 시작으로 박성호 기자 해고, 35명 무더기 대기발령, MBC 로비 1층의 파업 관련 게시물 철거, 봉쇄했던 현관문 개방 등 노조의 폭력을 유도해 구속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수차례 지속해오고 있다”며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는 검찰과 사측의 공동기획물이란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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