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의 신문 만들겠다"

김종혁 중앙일보 편집국장…언론계 '동료 의식' 실종 안타까워


   
 
  ▲ 김종혁 중앙일보 편집국장  
 
“중앙선데이에서 해온 대로 좌우의 틀을 넘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겠다.” 김종혁 중앙일보 신임 편집국장은 자신이 끌고 갈 중앙일보의 방향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언제부턴가 독자들이 감지하고 있는 중앙의 변화가 그와 함께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국장은 중앙선데이에 진중권, 오연호, 이광재, 안희정 등 좌파 또는 진보진영 인사를 파격적으로 등장시켜 지면 변화를 주도했던 주인공이다. 당시 그가 천명했던 기사 판단 기준은 “좌냐, 우냐가 아니라 이야기가 되느냐, 안 되느냐”였다. 이 구호는 중앙일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파도 불합리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면 과감하게 비판하고, 좌파도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면 적극 부각시킬 방침이다.

“‘조·중·동’ 카테고리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겠단 생각은 없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는 있다.” 김 국장은 ‘조·중·동’이란 말이 정치적 동기에서 공격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 중앙이 ‘조·중·동’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조·중·동 내부의 분열’로 해석되는 프레임을 경계한다.

김 국장에게 조선과 동아는 한겨레·경향과 다를 바 없는 신문업계의 동업자이며 경쟁자일 뿐이다. 여기에 비춰보면 그가 주도할 중앙의 변화는 ‘조·중·동’에서 탈출하기 위한 의도적 차별화가 아니라 조선·동아와 갈 길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후보에게 줄서는 대선보도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기자적 양심과 정의감을 지키겠다.” 대선을 앞두고 편집국장을 맡아 김 국장의 어깨가 무겁다. 과거의 대선보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어떤 후보도 편들지 않는 ‘공정성’을 유독 강조했다. “누구 편도 들지 않고 신문을 만드는 것이 대선에서 중앙일보의 과제”라고까지 했다. 여야 당내 경선과정부터 이 원칙을 적용한다고 하니 여기서 중앙의 대선보도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고 싶다. 기자들의 자존심도 높여주고 싶다.” 중앙 기자들은 임금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다. 회사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동아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기자들을 다독여야 하는 편집국장으로서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만 김 국장도 ‘언젠가는…’이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만 금전 외적인 부분인 기자들의 사기 진작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했다. 공정한 언론, 대선보도를 제대로 하는 언론이란 평가를 듣도록 신문을 만들어 기자들의 자존심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신문에서 특종이 사라진 것은 기자들의 치열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사회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상문고 비리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든 특종을 여러 건 한 특종기자다. 그래서 신문에서 특종이 사라지고 기자가 PD에게 특종을 뺐기는 현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다. 그의 진단은 기자들의 소명의식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지난달 22일 오후 중앙일보 편집국장실에서 있은 인터뷰 내내 언론계의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신문에서 대형 특종이 사라지고 보수와 진보로 언론의 패가 나뉜 것을 슬퍼했다. 그래서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동료의식 회복’을 꺼냈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기자들끼리 선후배라는 동료의식이 있었다. 지금 좌우 진영이 대립하는 틈에 끼어 기자들도 그들의 대리인인양 대립한다. 언론의 역할이 뭔지 생각해보면 잘못된 것이다. 기자들끼리 흔쾌히 소통하고 예의를 지키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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